남편은 엊그제 아는 형님과 점심으로 짜글이 찌개를 먹었나본데, 점심값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점심값을 내지 않았다고 봤을 때, 가까운 어디 커피숍 같은 데도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지, 대신 가까운 데 어디 편의점이 있으니 거기라도 들어가 볼 요량을 부렸고 그게 마치 의기투합인양 두 사람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남편은 호기롭게 칸타타 1+1을(행사) 집어들었고 그 칸타타는 매우 따뜻했다. 그런데 그때, 그 아는 형님의 방광에 신호가 왔다. 그 아는 형님은 급히 화장실을 찾았고 그 편의점에서 가장 가까운 데 어디 화장실이 위치한 곳은 유일하게(당연히 유일할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이라는 단서가 붙었으므로) 동사무소 건물밖에 없었다. 남편이 가르쳐준 동사무소 건물로 뛰어 들어간 그 아는 형님은 그 길로 뛰어 들어갔고 당연히 몇 분 후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길로 그냥 가겠다고, 안마시고 그냥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남편은 그에 응해주었는지 그로 인해 남편의 두 손엔 칸타타 두 개가 나란히(아니 겹쳐서?) 들려 있었고 그 길로 집으로 곧장 들어온 남편의 두 손엔 하나는 반쯤 먹다 남은 칸타타가, 하나는 온전히 그대로인 칸타타가 들려 있었다. 난 그로 인하여 뚜껑을 따지 않은 온전한 칸타타 하나와 반쯤 먹다 남은 칸타타 하나(?)를 먹게 되었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부질없는 짓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나 저러나 그래봤자 모두 부질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부질없음으로 인해 이 부질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그 단순무식함이 참으로 편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만 하고,
이 책에 대해 얘길 하자면, 우선 새해 소망이 하나 생겼다. 아니 소망이라기 보다는 미션에 가깝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대목을 정해서(이를테면 153쪽 같은?) 문장을 통째로 외워보는 거.
가능하지 않겠지만 이승우 식으로 말해 보자.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은 세상'이라면, 뭐 가능도 할 것이다.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고 막 우겨서라도 마구마구 한번 외워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