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나노 레드 2차 수확을 했고 공판장 두번째 출하를 위한 박스작업이 있었다. 모두가 더웠다. 사과는 일보 후퇴의 자세로 말이 없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지나가던 또 다른 둑길의 이웃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바람이 설핏 불어왔다. 지난하고도 지루한 반복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난 정말이지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는 평판 하나면 충분했다. 더없이 끝내주는 남편 하나면 충분하듯이. 그리고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일곱 개의 알에서 비롯된 일곱 마리의 아기새가 순차적으로 모두 깨어나 제일 막내 아기새가 둥지를 떠난 날이다. 오늘 남편의 눈물이 있었지만, 난 어제의 기억에 기대어 눈물이 핑 돌았다. 매일 밥을 거르지 않는 것처럼 거의 매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적체가 심하다. 풀어야 하는데 풀 곳이 없다. 아니 풀 시간이 없다. 미루고 미루다 연말 정산 2016 아듀에 즈음하여 대방출을 할까. 요원한 애기다. 과연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과연? 대다수의 중요한 피사체로 가득한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알 수가 없다. 알 리가 없다. 나를 둘러싼 일상이 너를 둘러싼 일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는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없다. 이렇듯 시시해지기 마련이고 이것도 반복되면 결국 갈 곳이 없다. 시시하지만 시시하지 않기 위해, 시시해지지 않으려고(웃기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나 끼적이면서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거서 2016-07-23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소중함이 없어지는 것이 두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고요. 시시해지지 않으려고 산다는 말이 무척 와닿아요. 끼적이는 만큼 더 열심히 살아낸다는 생각하고요. ^^

컨디션 2016-07-25 00:31   좋아요 1 | URL
사는 게 힘들다 힘들다 하긴 하면서도 일상이 온통 불평불만짜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오늘 하루 땡볕에서 두탕을 뛰었더니 숟가락 들 힘도 없어서 잠깐 기절했다가 좀전에 일어났더니 널어야 할 빨래와 개야할 빨래가.. 아니 빨래를 남편이 다 해놨네요^^

2016-07-26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7-27 01:35   좋아요 1 | URL
사과농사(농사라는 말이 전 아직도 어색한데 이런 제가 정말 맘에 안들어요)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알고싶지도 않았던 사과사과들.. 여름사과 가을사과 겨울사과가 따로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중에는 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과가 있는지 아직도 몰라요. (그래봣자 사과겠지만요)

더워서 땀이 비오듯 하다는 말을 실감하며 살고있다는 게 또 신기하네요. 말씀하신것처럼 살아낸다는 느낌으로 살고있는데, `살아간다`는 생각 또한 잊지말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6-07-2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혹시 오늘 비 왔나요.
여긴 며칠 째 비온다는 뉴스만 보고 있어요.
지금은 사과 내실 때인데 비가 와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중복이라고 해요.
저녁에는 기운 마구 나는 맛있는 음식 드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컨디션 2016-07-28 08:41   좋아요 0 | URL
비는 어제 오후 잠깐 내리다 말았어요. 아, 오늘 새벽에 또 잠깐 내렀구요(제가 잠귀가 밝지못한데도 요즘은 자다가도 수시로 깨고 정말 컨디션이 엉망이네요)
사과는 비가 올때만 아니라면, 더구나 요즘 같이 잠깐 지나가는 비라면 따는 데는 문제없어요.

어제 중복인줄도 몰랏네요. 저녁을 뭘 먹었더라 기억도 안나요 ㅎㅎ 더운 여름 최대한 덜 덥게, 아니 덥지 않은 마음으로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