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나노 레드 2차 수확을 했고 공판장 두번째 출하를 위한 박스작업이 있었다. 모두가 더웠다. 사과는 일보 후퇴의 자세로 말이 없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지나가던 또 다른 둑길의 이웃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바람이 설핏 불어왔다. 지난하고도 지루한 반복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난 정말이지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는 평판 하나면 충분했다. 더없이 끝내주는 남편 하나면 충분하듯이. 그리고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일곱 개의 알에서 비롯된 일곱 마리의 아기새가 순차적으로 모두 깨어나 제일 막내 아기새가 둥지를 떠난 날이다. 오늘 남편의 눈물이 있었지만, 난 어제의 기억에 기대어 눈물이 핑 돌았다. 매일 밥을 거르지 않는 것처럼 거의 매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적체가 심하다. 풀어야 하는데 풀 곳이 없다. 아니 풀 시간이 없다. 미루고 미루다 연말 정산 2016 아듀에 즈음하여 대방출을 할까. 요원한 애기다. 과연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과연? 대다수의 중요한 피사체로 가득한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알 수가 없다. 알 리가 없다. 나를 둘러싼 일상이 너를 둘러싼 일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는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중요한 것은 없다. 이렇듯 시시해지기 마련이고 이것도 반복되면 결국 갈 곳이 없다. 시시하지만 시시하지 않기 위해, 시시해지지 않으려고(웃기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나 끼적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