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달리기 출발선 앞에서 심하게 요동치던 심장이 있었다. 잘 뛰어서 1등을 하겠다는 기대나 설렘은 단 요만큼도 없었다. 잘 뛰어서 1등을 한 내 옆에 옆의 아이조차 갖지 못한 기대나 설렘이었으니(짐작이지만) 나로선 너무나 당연했다. 극심한 긴장으로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악몽같은 순간일 뿐이었다. 달리기는 여전히 못한다. 꼴찌를 면하기 위해 달려야만 했던 그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뭐라도 달라진 양 말할 태세? 당근 아니올시다ㅎ)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달리는 것 자체를 안한다는 것? 그러니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이고, 꼴찌인지 아닌지, 꼴지가 아니라면 뒤에서 몇번째쯤 되는지, 아예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고만고만 하게도 천하태평의 풍모를 갖춘 형국이랄까.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왔나 싶은데.. 제목을 상기시켜보자. 독서에 필요한 내 근육을 찾고싶다? 뭐 그런 취지. 음.. 난 왜 책을 잘 못읽을까. 근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되었다. 한 권을 잡으면 적어도 100미터 아니 50미터 단거리 전력질주라도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책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가독성 뛰어난 소설이라도 나의 주파능력은 영 맥을 못춘다. 배경지식 부족으로 맥락을 놓치면 나를 탓하는 걸로 일단 기운을 뺀다. 그러고 나면 아주 쉽게 포기하게 된다. 이 책은 나랑 안맞아. 쿨하게 집어던지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면 되는데, 찝찝한 열패감이 들러붙어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랑 안맞는 책이라고? 나랑 안맞다고? 핑계 좋네. 내 수준을 웃도는 책이니까 그런 거잖아. 죽이 되나 밥이 되나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매번 이러면 어떡하냐. 버릇도 이런 버릇이 없어. 니 머리를 쥐어뜯어서라도 이 나쁜 버르장머리를 고쳐 보자고. 어떻게? 그래 방법을 찾아보자. 그놈의 근육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한번 찾아 보자고. 찾는다. 찾는다...



한참만에(실은 몇초만에)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두둥)..


안가르쳐 줄랍니다.(지송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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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3-07 08:29   좋아요 2 | URL
그래도 다른 근육을 키우신 거니까, 또 그간의 쌓아오신 독서력이 탄탄하시니, 이짝이 났든 저짝이 났든, 염려하실 일은 없으신걸로 ^^

컨디션 2016-03-07 08:37   좋아요 2 | URL
가끔은 제가 이럽니다.ㅎㅎ 그러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네요. 죄송^^;;;
보통은, 비댓에는 비댓으로 가는 편이지만, 때로는 그러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답니다. 부디 양해를ㅎㅎ

2016-03-07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3-07 01:40   좋아요 2 | URL
구구절절 와닿는 말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근육을 키우고 단련하는 것. 자책하지 말고, 그게 어떤 것이든 나의 선택 앞에 스스로 당당할 것. 맞아요.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특히 저는 그래요.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함부로 열등하지도 말고 함부로 우월하지도 말고, 그러다 보면 좋은 기운이 나올거 같습니다. 소중한 댓글 주셔서 감사^^

2016-03-07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3-07 08:57   좋아요 1 | URL
네, 익숙해지려면 나름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노력도 안하고 저절로 되길 바라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저에겐 속도예요. 시간 안에 반드시 분량을 완수하자, 인데 그럴려면 앞뒤 재지말고 무조건 달려야 하는 거죠. 넘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물 흐르듯 흐름을 타보는 것. 이런 식으로 책을 읽어내려간 경험은 아직 한번도 못해봤거든요. 결코 쉽지 않겠죠. 거의 고수들이나 가능할 법한 얘긴데.. 말이니까 쉽지, 제가 이게 될까나요.^^ 그래도 미친 척 하고 한번 해봐야겠어요.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 안나는 엉망진창의 독서가 되더라도 남는 게 분명 있을 듯요.

오늘은 일 안가요. 남편이 차를 몰고 대구를 갔거든요. 차 없으면 밭에 못가는 반쪽짜리 농부다보니.^^

다락방 2016-03-07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그랬어요. 어제는 주말이니 책을 읽으려고 하면 읽을 시간이 충분했는데 어떤 책을 읽어도 두 장을 못넘기겠더라고요. 이 책 집었다 놓고 저 책 집었다 놓고..그렇게 다섯권쯤 시도한 뒤에, 아 모르겠다 오늘은 읽지말자, 아무것도 읽고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책을 안읽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유시민의 [청춘의독서]를 들고 나왔거든요. 지하철에서 한 꼭지 읽었는데 오오, 탄력이 생기더라고요. 청춘의 독서 이 책 자체로도 좋았지만, 이 책의 첫 꼭지가 말해주는 [죄와 벌]을 다시 읽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무척 신나요!

이런 책도 좋은 것 같아요, 컨디션님. 독서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을 읽는 거요. 그러면 또 내 독서 의욕이 살아나고 그렇게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컨디션 2016-03-07 09:11   좋아요 0 | URL
오, 옴마낫
독서계의 근육녀. 알라딘의 복근미녀. 사통팔달 에너자이저. 다락방님이시다 ^^

댓글 하나에도 다락방님 일상처럼 다감하고 풍부하게 전해주시니, 이렇게 팍팍 와닿네요.
일단 의욕을 살리는 계기를 만들어라. 독서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을 만나라...는 말씀, 음..청춘의 독서 같은 책도 좋겠지만. 독서공감 사람을 말하다, 도 좋을 거 같아요! (진심^^)

책읽는나무 2016-03-07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갑자기 근육??
그러면서 아랫배를 잠깐 내려다 본?
이건 근육이 아니라 배둘레햄 살이지만요ㅋㅋ

컨디션님의 말씀들이 내얘기를 하는 것 같아 갑자기 뜨끔!!ㅜ
헌데 나처럼 몇몇 분들이 이책,저책 뒤적이며 한 권을 찾는 것이로군요??전 저만 그런줄 알았어요~내가 독서력이 낮아서^^
저는 그럴때 책에 관한 책?을 읽어요 독서를 부추기는 책을 읽으면 갑자기 의욕이 생겨 조금 근육이 붙는 것 같아요~다락방님의 방법과 좀 비슷한 것같아요^^

그동안 울딸 머리에 코가 부딪쳐 코뼈에 염증이 심해 좀 앓느라 병원 댕기느라 알라딘에 못들어왔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것 같아 무지 반갑네요^^
오늘도 주사 맞으러 병원 가야해요ㅜㅜ
암튼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디 부딪치거나 넘어지는 것들은 조심해야할 나이네요
정형외과에서 이웃친구도 만났는데 집에서 허리를 삐끗해서 물리치료 받으러 왔다더라구요ㅜ
컨디션님도 컨디션 조절 잘하세요^^

컨디션 2016-03-07 09:23   좋아요 2 | URL
오, 책읽는나뭇잎^^이시다ㅎㅎ

왜, 뜸하시나 했더니.. 코뼈를 다치셨다니요..ㅜㅜ(저는 걱정에 앞서 또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나무님 코가 무척 예쁠 거 같다는 생각) 아무쪼록 치료 잘 받으시고 얼른 나으시길 바랄게요.

제 독서근육이 도대체 어디 붙어있나 찾던 중에, 나무님 조언도 귀하게 접수하게 되었음을 아룁니당. 아울러 컨디션 만땅으로 잘 조절해서머리에 끈 질끈 묶어서 열독해볼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