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바쁘게 생겼다. 아.. 바쁜 건 정말 좋지 않다. 사람 피 말리는 스트레스만 아니면 바쁘게 사는 건 오히려 좋은 거다.. 이 말도 맞고. 하지만 오늘 난, 이런 거 저런 거 가늠하고 따져볼 정신이 아니다. 고민에 빠졌다. 아주 단순한 고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마음은 가고싶다 쪽인데, 그러면 집안꼴은? 주방 타일에 튄 기름때도 닦아야 하고 너저분한 베란다도 치워야 하고 사물놀이(그 사물놀이가 아니라 시체놀이 할 때처럼 그런 막장놀이판)에 정신없는 아이들 방도 손 좀 봐줘야 하고. 이렇게 바쁜데. (바뻐? 바쁘다고? 근데 북플을? 하, 그러게나 말입니다.ㅎ)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바쁜데 왜 이러고 있지? 싶어서ㅎ 어쨋거나 내가 오늘 몹시 바쁘게 생겻는데 이게 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책을 평생 못읽고 죽을 가능성과 맥락을 같이하는, 나의 생활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진 총체적 난국에 기인할 뿐이다.
오늘 귀한 손님 한쌍이 오기로 되어있고 더구나 하룻밤 묵어가라고 적극적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