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월 18일은 잠바를 벗어던지고 일을 했다. 개복숭아 나무에 걸쳐놓았다. 한결 가뿐한 몸으로 톱질을 했다. 중간에 잠깐 먼 산 바라볼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번 놀러온 백구는 저너머 어느 과수원에서 놀러온 것일까 가늠하느라 아련한 시선을 주었다. 마른 풀들이 겨울 햇살 속에 순하디 순하게 누워있었다. 산등선 주변을 살피며 오목한 곳을 찾았다. 쪼그려 앉아야 하는 상황이 와서 쪼그려 앉았다. 수긋하게 맑은 산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했다.

저 잠바 대신 내가, 복숭아 나무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건들건들 건들거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던가. 아마 그랬지 싶다. 근데 정말 그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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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20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바쁘게 보내시려나요.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6-02-20 09:22   좋아요 1 | URL
주말이니까 일찍 일어난 축에 속하긴 하지요? 서니데이님도 굿모닝~^^

서니데이 2016-02-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컨디션 2016-02-20 09:25   좋아요 1 | URL
네, 주말이예요.^^ 뭐 저에겐 주말특혜는 없지만 ㅎㅎ

책읽는나무 2016-02-20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능선이 참 아름답습니다^^
사과랑 복숭아까지~~~분명 힘드실터인데 왜 읽고 사진 보는 이로서는 컨디션님이 아주 쉽사리? 일하시는 것 같고,낭만있어 보이는걸까요??
사과꽃이 만발할때도 이쁘겠어요^^
복숭아꽃은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여튼 쉬엄쉬엄 재빨리? 일을 해치우고 예쁜마을 바라보시길^^

컨디션 2016-02-20 09:33   좋아요 2 | URL
우와, 책읽는나무님 모든 게 빙고랍니다. 완벽하게 캐치하셨어요. 제 의도와 의중과 속셈과 게으른 낭만까지 모두 ㅎㅎ
사실 낭만없이 농사일 하라 하면 지옥이예요. 무조건 필요해요. 허랑하게 딴생각도 해가며 일해야지 안그러면 오래 못버티고 말거 같아요. ˝쉬엄쉬엄 재빨리˝ 앞으로 저의 모토로 삼겠습니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