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월 18일은 잠바를 벗어던지고 일을 했다. 개복숭아 나무에 걸쳐놓았다. 한결 가뿐한 몸으로 톱질을 했다. 중간에 잠깐 먼 산 바라볼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번 놀러온 백구는 저너머 어느 과수원에서 놀러온 것일까 가늠하느라 아련한 시선을 주었다. 마른 풀들이 겨울 햇살 속에 순하디 순하게 누워있었다. 산등선 주변을 살피며 오목한 곳을 찾았다. 쪼그려 앉아야 하는 상황이 와서 쪼그려 앉았다. 수긋하게 맑은 산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했다.
저 잠바 대신 내가, 복숭아 나무에 다리를 걸치고 앉아 건들건들 건들거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던가. 아마 그랬지 싶다. 근데 정말 그랬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