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수확량에 목매지 마라. 주렁주렁 많이 달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가장 중요한 건 햇빛과 통풍이다. 그 다음이 약재의 투입이 수월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탈밭이라 작업조건이 나쁜건 사실이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나무의 꽃눈과 잎눈을 구분하는 건 절단면을 현미경(루페 같은)으로 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니 꽃눈일까 아닐까를 놓고 고만하지 마라. 삐쭉하지 않고 보송보송 통통하면 일단 꽃눈이려니 간주하는 수밖에 없다. 아버지 가지가 아들 가지를 이기려고 하면 안되고 아들 가지에서 나온 손자가지의 흐름이 좋아야 한다. 도장지(가지의 등쪽에 붙어서 하늘로 치솓은 매우 억센 잔가지)는 무조건 제거하라. 결과지에서 달린 과일이 좋으니 가능한 튼실한 결과지를 많이 남겨라. 나이가 많은 나무는 상단부에 솓은 도장지 몇 개를 남겨둠으로써 비교적 수세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반면 어린 나무나 세력이 약한 마무는 굵은 가지를 좀 남겨둬야만 수세가 회복된다.....
이외에도 더 많은 팁을 줬는데, 이런 얘기 관심있어 하실 알라디너가 몇이나 될까 싶어, 라기 보단 더이상 생각이 안나서..
암튼 세 분이 갑자기 오셨는데(물론 도착 오분전에 지금 밭에 계시냐며 전화를 주셨다) 한 분은 입으로 지시만 했고 나머지 두 분은 시키는대로 톱질과 가위질을 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농민들의 고초와 애환과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시범을 보이고 가르쳐주는 것도 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왠지 더 머리 숙여가며 감사한 마음을 표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지 그렇게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음료 한잔 못드린 게 민구스러웠지만 아쉬우나마 말로 그냥 때웠다. 다음에 또 현장방문 하면 그땐 좀 뭐라도.. 그러기엔 저 멀리 군대 막사처럼 보이는 저기가(남편과 내가 캠프라고 부르는) 좀 누추하기도 하거니와 오늘 일한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