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싱크대 앞에서 알짱거리는 시간을 따져보면 여느 주부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이하라고 본다. 그만큼 음식의 질도 떨어지기 마련. 이 점이 나에겐 가장 큰 아킬레스다. 어쩌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미친 날이 내게도 오면 기획상품처럼 짜잔 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그땐 여지없이 패밀리들이 애어른 할 것없이 입에서 샴페인이라도 뿜어낼 것처럼(과장이 지나치구나..) 암튼 그렇게 좋아들 한다. 난 이게 싫다. 내가 주방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식구들 하루 세끼 식단에 얼마나 충실을 기하느냐에 따라 마치 내 인격마저도 함께 통째로 삶아지고 구워지고 한다는 사실이.(이 또한 과장이 지나치구나..) 암튼 어제의 내 인격은 모처럼 뭔가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만두를 직접 빚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러는 게 아니었다. 섣불렀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뭐에 씌어서 그런 망발을 했더란 말인가. 그래도 여기까찐 그런대로 좋았다. 만두에 넣을 재료를 사러 사이좋게 마트까지 다녀왔으니까. 문제는 그 후 주방에서 벌어진 일.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이 쓸데없이 길어질 경우 오만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든 그 시간을 쪼개서 산만하게 다른 쪽으로 돌려놔야 속이 시원한..(또또 과장이 지나쳐 부장까지 넘보고 있구나) 아무튼 그래서 라디오라도 틀어놓든가 팟캐스트를 듣던가 하는 형국인데 갑자기 남편이 주방으로 오더니 어떤 식의 시비를 걸었다. (그 구체적인 상황이 어땠는지 쓰고 싶어도 못쓴다. 창피한 걸 떠나 머리가 나빠서 내용을 정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말다툼이란 다 그렇게 찌질하게 시작하는 법이고 그 찌질함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보통 신공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파국으로 차닫게된 결정적 원인은 나의 쫑알거림에 있었다. 쉽게 말해서 말대꾸. 그것도 아주 따박따박. 내가 원래 이런 거(따박따박 말대꾸) 잘 안하는 사람인데. 어젠 어쩌다 기가 뻗쳐가지고설라무네. 다같이 술 먹고 다 같이 제정신 아닐 때나 통할 법한 언사를 내가 지껄인 것이란 말이던가. 차라리 찡얼거렸으면 몰라도 짱알거리다가 본전도 못찾고 깨갱한. 그러니까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해서 사달이 난 케이스랄까. 그래 그것에 대해 난 좀 억울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난 오늘 일을 하러 가지 않았다. 남편만 혼자 갔다. 어제의 냉전이 채 가시긴 커녕 그대로 유지되는 듯한 어색함 속에서 맞이한 오늘 아침. 아침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는 딱 한마디였다. 만두 좀 먹을래요? 몇 초간 정적..(저렇게 직접적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심지어 나긋하게 나오는데 이걸 대답해.. 말어..) 그러더니 겨우 한마디. 응, 한 개만. 몇초간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한 걸 보며 난 속으로 풉, 복수란 이런 거야. 그런 뜻에서 한 개가 아닌, 세 개를 접시에 담아 대령했다. 웬걸, 그가 딴지를 안걸었다. 그리곤 다 먹는 것이다. 콧잔등에 땀까지 송글송글. 아무렴, 모락모락 뜨끈하고 매콤해서 개운한 맛까지 자아내는 그 맛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으랴..(과장이 지나친 걸 넘어서 이젠 과대망상까지..)

 

이제 리뷰를 더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고저, 알라딘을 탈탈탈...퇴퇴퇴...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로그아우슬 하기로 한다.

끝으로 문제의 그 만두.를 올린다.

 

 

 

 

        

 

 

 

 

방금 통화를 두 번이나 했는데,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검찰에 출두하라는 통보도 이보다는 덜 살벌할 것이다. 근데 웃긴 건, 이따가 직법 와서 자기가 혼자 묵묵히 해도 될 내용을 가지고 나한테 굳이 전화로 알려주는 것이다. 따박따박 여편네처럼 받질 않고 고분고분 받았더니 그거라도 즐기려는 심보인가. 암튼 오늘 저녁엔 뭔 수를 써서라도 화해를 하던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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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25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만든 손만두, 자주 하기는 일이 많은 음식이에요. 설거지 할 그릇도 너무 많고요. 그래도 다들 좋아해주셨네요.^^

컨디션 2016-01-26 13:38   좋아요 2 | URL
만두피까지 반죽해서 만들엇더라면 더 가관이었을거예요. 시중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얇게 만들 자신도 없고 그것가지 하려니 정말 끔찍하게 귀찮더라고요. 암튼 그래서 만두는 만두소가 중요하니만큼 아주 쫑쫑 다지고 물기 짜고 다지고 물기 짜고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또 고역 중에 고역..(이렇게 앓는 소릴 해대면 누가 만두 해먹잔 소릴 하겠는교마는;;) 애들은 빚는 것만 좋아했고 남편은 아예 삐쳐버린 걸요 뭐 ^^ 근데 의외로 설거지 할 건 별로 없더라구요..

붉은돼지 2016-01-25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짝 구석에 계시는 한분은 옆구리가 터져 내장이 다 튀나오려고 하는군요.........네..

컨디션 2016-01-26 13:42   좋아요 2 | URL
그러니 제 말이 바로 그거죠. 누가 저짝에 저걸 언급해주기만을 기다렸다는 거. 역시 붉은돼지님... 네... 저 삐져나온 내장의 눈부신 비주얼에 그만 군침이 확 도셨으리라... 전 믿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