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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4년 9월
평점 :
기독교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세상에 더 잘 소개하고 싶다면 이 책을 길잡이로 삼으라.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만 해도 변증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졸업 이후 현장에 나와 보니 진작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공부했어야 할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회 안에서 신앙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성도들이나, 교회 밖에서 기독교를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독교 신앙을 설명해 주어야 할 지에 대해 미리 공부해 두었어야 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그와 관련된 책들을 구입해서 읽었고 그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변증서들이었지, 변증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설교집과 설교학책이 다른 것처럼 변증서와 변증학책도 서로 다르며, 설교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설교집보다 설교학책을 통해 설교의 기초를
잡아야 하는 것처럼, 변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변증서보다 변증학책을 통해 변증의 기초를 잡아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변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상 변증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감이 오지를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남으로써 변증학이라는 학문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알리스터 맥그라스라는 저자가 쓴 이 책이 아니었으면 아직까지도 변증학이라는 학문에 발을 들여 놓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뢰감이 저를 이 책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와 맞서 논쟁을 벌일 수 있을 만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신학자라는 저자의 특별한 위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줄 아는 저자라는 점에서 그에게 매력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변증학이 무엇이며, 변증가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변증'은
진리를 부드럽고 정중하게 변호하는 일로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세상이 이해하는 말로 번역하는 일이며, 기독교가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변증가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의 능력과 적합성과 설득력을 인식하고 발견하게 도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제 나름대로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면 변증이라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가치와 매력을 세상이 알 수 있게 도와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한편으로 이러한 변증학의 목적을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를 말해 주는 일에 비유하고
있었는데, 매우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은 우리의 말이 아니라 치료제의 힘이라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기독교가 세상의 문제를 설명하고 또한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변증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완벽한 논증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종류의 논증 가운데 몇몇 논증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논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신념은 증명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증명은 논리와 수학에만 적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논증은 하나님을 믿을 만한 훌륭한 이유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논증은 일관성이 없거나 신뢰할 만한 증거에 기초하지 않았음을 보여줌으로써 비기독교적 대안을 비판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저자의 말은 논증이라는 도구는 신앙을 부정하는 상대를 완벽하게 궁지로 몰아넣는 도구가 아니라, 단지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의
가치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데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저자는 서구문화에서 합리주의가 쇠퇴하면서 논증을 활용하는 방식은 예전에 비해 덜 중요해졌으며, 지금은 기독교 신앙의 다른 부분들을,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앙의 풍부한 상상력과 도덕적이고 심미적인 호소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성장하면서
이야기와 이미지의 중요성이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기독교가 실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이
기독교가 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언급은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보여주는 데에는 합리적 설명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근래에는 오히려
그러한 방법들이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수단과 방법들을 통해 이러한 일들을
감당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야기외 이미지, 그리고 비유라는 방법을 예로 들고 있었는데, 앞으로 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인 설명들 외에도 기독교 변증에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들(6장. 8가지 실마리)과, 변증학에서 사용하는
도구들(7장. 4가지 진입로)에 대해서도 각각 한 장씩의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변증을 하고자 할 때에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 이어지고 있는 저자 자신의 실제 변증 사례에 대한 연구 역시 중요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자면 6장과 7장의 내용을 모두 옮겨 적어야 할 것 같아 이 정도 소개에서 멈추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해 주고 있는 여러 변증가들에 대한 정보 역시 앞으로 다양한 변증의 사례를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학기 분량의 변증학 강의를 속성으로 공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실제 수업과는 달리 실습 과정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목회 현장 자체가 실습의 장이기에 앞으로 설교와 성경공부 시간을 통해 충분한 실습과 적용을 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론적인 설명에 치중하고 있는 1-5장까지의 내용은 어느 정도 이해한 것으로 충분한 것 같은데, 변증을 실제 사역에서 활용하는데
필요한 6-8장의 내용은 좀 더 반복적으로 읽고 기억해 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낌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마치면 그 다음에는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좀 더 잘 활용하기 위한 공부가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부를 통해
기독교의 가치와 매력을 세상에 좀 더 잘 설명하고 소개할 수 있는 사역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처럼 이와 같은 소망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앍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 또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 지를 가르쳐 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