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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 현대인의 뒤틀린 결혼의 실타래를 풀다
팀 켈러 & 캐시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4년 5월
평점 :
팀 켈러, 결혼의 아름다움을 말하다.
제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결혼예비학교와 같은 결혼준비프로그램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준비든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나름대로 결혼을 준비했습니다. 데이트와 사랑의 미학, 결혼건축가, 나는 너와 결혼하였다 등 당시에 결혼에 관한 책 가운데 제법 알려져 있는 책들은 거의 다 섭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책에서 배웠던 내용이 하나도 소용이 없더군요. 책의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제가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역시 자기중심성을 결혼생활의 가장 큰 장애물로 언급하고 있더군요.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기중심성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은 결혼을 오직 자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만 이해하는데 제가 꼭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훗날에 다 갚으리라는 기약없는 약속으로 저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소울메이트를 구하는 남자들의 특징을 저 역시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바꾸려 들지 않는 존재가 되어 주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다투기를 수도 없이 했고, 결국 이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그래서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과 내적치유 프로그램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 근원을 발견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한 결과 부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는 가운데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지식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뭐, 새로운 것이 있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얼마나 잘 정리되어 있는지, 그 짜임새와 구성에 대한 관심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중요한 정보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혼전 동거 커플들은 결혼한 뒤에 결별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더 높다는 사실에 대한 조사 결과를 소개해 주고 있었는데,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결혼한 부부의 45퍼센트가 이혼이라는 결혼에 이르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 열여덟 살이 되기 전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혼전 임신을 한 커플의 비율이 매우 높으며, 반면에 교육 과정을 잘 마치고, 적절한 수입이 있으며, 온전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신앙을 가졌으며, 25세 이후에 결혼해서 첫 아기를 낳은 부부의 이혼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혼전 동거가 늘어가고 있는 한국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자기중심성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과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는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가 기본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한편으로 경외의 한 요소인 두려움은 그저 겁에 질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사로잡히고 압도당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크기에 눌려 숨이 막힌다는 뜻이 된다고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의미에서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자의 설명이 참으로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분명히 그런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에 압도되는 경험이야말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하나님의 빈자리를 결혼을 통해 채우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배우자를 섬기는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만큼 큰 영적인 공백은 오로지 하나님으로만 메울 수 있다. 우리 삶에서 하나님이 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결코 배우자의 사랑이 충분치 않다느니,이편의 뜻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느니, 내조가 부족하다느니 하는 따위의 불평이 그칠 일은 없을 것이다(p.93).”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묘사된 것과 같은 불평이 바로 예전에 제 마음 속에서 끊이지 않았던 불평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예전에 아내에게 끝없이 불평하면서 아내의 희생을 계속해서 요구했던 이유는 그 때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예전의 제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어떤 특별한 통로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아내에게 일어난 변화는 그저 서로가 예전에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기대를 버렸고, 또한 서로가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를 개척하고 난 이후에 제가 아내의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고마움과, 아내가 교회를 더 잘 섬기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는 동안 제가 집안 살림을 돌보았던 것에 대해 아내가 느꼈던 고마움이 서로를 더 귀하게 여기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의 열정보다 우정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는 사랑이 우리의 관계를 점점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가운데 저자가 말하고 있는 우정의 세 가지 특징, 곧 ‘항상성, 투명성,공감’이라는 세 요소가 저희 부부의 관계 속에서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결혼에 힘이 담겨 있다는 저자의 말이 진실임을 저 역시 점점 깨달아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자는 결혼의 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혼에는 인생 항로 전반을 좌우하는 힘이 있다. 온갖 어려움과 약점들로 가득한 악조건에서 살아간다 할지라도 결혼 관계가 탄탄하면 나머지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견고하고 안전한 세계로 옮겨 갈 수 있다. 반면에 누가 봐도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환경 가운데 생활할지라도 부부 사이으 관계가 허약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언제라도 허약하고 부실한 세계로 밀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는 이처럼 인생 항로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 힘을 가진 결혼의 가치를 깨달아 무엇에도 양보할 수 없는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라(p.174).”
저는 저자의 이러한 설명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만일 극심한 부부 싸움 끝에 이혼을 하고 말았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과 재혼을 했거나, 또는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상대를 바꾸어 가면서 동거 생활을 했다면 지금의 안정된 삶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볼 때 결론은 결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당장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 적어도 2/3 정도는5년 안에 행복해진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제 경험상으로는 5년이 아닌 6년, 또는 7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6년 동안 아내와 그렇게 죽어라고 싸웠거든요. 하지만 참고 버티니까 좋은 날이 오더군요. 솔직히 그때에는 하나님께서 저희의 결혼 생활을 새롭게 해 주시리라는 믿음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밖에 다른 설명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함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말로는 이혼하자는 말을 밥 먹듯이 했지만, 이혼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그분의 부활의 능력이 처참하게 망가져 버린 결혼 생활도 다시 살려내실 수 있음을 믿는다면, 저희보다는 더 나은 형편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아름답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지에 대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끝없이 노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더 빠른 시간 안에 얻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안정감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아내 분이 쓴 6장의 내용은 참으로 탁월합니다. 에베소서에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한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다시금 삼위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성부와 성자의 관계로 새롭게 풀어낸 것은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에 어울리지 않아 이렇게 덧붙이는 글로 언급하고 있지만, 부부 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참으로 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되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내용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