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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열전 - 고문과 죽음 앞에서도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삶과 고난, 그리고 승리에 찬 죽음에 관한 서사!
존 폭스 지음, 홍병룡 외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3월
평점 :
그 진리를 나도 그들처럼 단단히 붙들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그 명성을 들어왔던 책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오랫동안 기회가 오지 않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가는 동안 순교 장면의 끔찍함에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머리를 깨뜨려 죽이고, 화약으로 터뜨려 죽이고, 톱으로 잘라 죽이고, 참수해 죽이고, 불태워 죽이는 등의 잔인한 살해 방법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목사님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라는 영화를 보시고 기독교 영화가 아니라 공포영화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던데, 이 책 역시 그러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잔인한 사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되고 있었습니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이, 심신허약자는 보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도전을 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어 가는 내내 '순교자들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던질 정도로 붙들고 있었던 그 진리를 나도 그렇게 붙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청소년일 때에만 해도 '나도 그럴 수 있다'라고 자신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자신이 없어져 가더군요. 책의 내용 중에서 배교를 했다가 다시 뉘우치고 순교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저는 그 분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저자가 자기가 속한 교파와 동일한 입장에 있는 순교자들의 사건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개혁파 사람들 역시 재세례파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이 교회 역사에 관한 책으로서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책의 맨 뒷 부분에서 최성도 교수님이 해설을 통해 그러한 부분에 관해 지적해 주고 계시더군요. 나만 느낀 느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도들의 순교에 관한 내용이나 3세기 이전 성도들의 순교에 관한 내용은 어느 교파에 속한 사람이든지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심지어는 카톨릭 교인이라 하더라도요.
책의 내용 대부분이 새롭게 접한 내용들이었지만, 그래도 초대교회의 순교에 대한 내용들은 신학대학원 다닐 때 초대교회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라 대부분 기억이 나더군요. 다만 몇 가지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도들이 다 순교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도 요한에 대해서만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베드로 사도와 바울 사도가 다 네로 황제의 치하에서 순교했고, 네로 황제가 로마의 여섯 번째 황제였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머리 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미 다 배웠던 사실인데도 말입니다. 그만큼 이 책의 기록이 인상적이었다는 거지요.
솔직히 목회자로서 이 책을 제가 알고 있는 여러 날라리 신자들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물론 그런 분들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그런 분들도 생각이 있다면 이런 책을 통해 자신이 믿고 있는 진리가 믿는 자들에게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그 마음에는 이 책의 내용이 잔인하고 끔찍하게 느껴질 지라도 그 영혼에는 귀한 양약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