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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선택 - 룻기 ㅣ 김양재의 큐티 노트
김양재 지음 / 두란노 / 2013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내게 남겨 두신 것이 있습니다. 내게 남겨 두신 만남이 있습니다.
평소에 다른 목사님들의 설교집을 잘 안 읽는 편입니다. 다른 분의 설교를 읽다가 그대로 베껴서 설교하고자 하는 잘못된 생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 설교는 육성으로 들어야지 글로 읽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일종의 선입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교회의 성도 몇 분이 떠나는 일을 통해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터라 긴급하게 영적인 공급을 얻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래부터 룻기를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이전에 룻기 강해서를 읽으면서 얻었던 감동이 생각나면서 이 책을 통해 힘든 마음을 읽으켜 세워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자인 김양재 목사님이 큐티를 통해 성경을 묵상해 오셔서인지 성경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지고 계신 데다가 말씀의 적용이 대단히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룻기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 가는 동안, 많은 도전을 받을 수 있었고, 또한 격려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교회에서 목회자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므로 흉년이 (온다. 16쪽)."는 말이었습니다. 개척 이후 5년간의 목회를 돌아보면서 참 열매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성경공부에 동참해 의식의 변화와 삶의 변화를 경험한 이들도 소수고, 또 나머지 다수는 세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교회의 순결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저를 탓하기보다는 그들의 열심없음을 탓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 어린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 것은 바로 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나도 속고 남도 속는 믿음이라서, 내가 믿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흉년이 오니까 세상으로 떠납니다(17장)."라는 말도 저희 교회의 상황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적인 체험도 있고 구원의 확신도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교회에 어려움이 오니 들썩 들썩 거리더군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분들은 교회 개척 초기부터 저와 함께 성경을 공부해 온 분들이거나 말씀을 통해 지속적으로 은혜를 경험하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인생의 흉년이 와봐야 내 수준이 드러납니다(18장)."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극심한 흉년을 통해 다 떠나간 뒤에, "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도 하나님께서 내게 남겨 두신 것이 있습니다(25장)."라는 말씀이 크게 위로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남편이 떠난 뒤에 두 아들이 남았고, 두 아들이 떠난 뒤에 두 며느리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두 며느리 중 오르바가 떠난 뒤에 룻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룻이야말로 나오미에게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영적인 동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나오미 인생에 최대의 축복은 남편도 아니고, 두 아들도 아니고, 영적인 동반자 룻을 만난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복(입니다. 88정)."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곁에 남아 있는 성도들, 그리고 흔들림 없이 저의 결정을 지지해 주고 있는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적인 동반자라는 생각에 그분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졌고, 더욱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의 작가가 기독교인이라죠. 그래서 천송이가 던진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것. 한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나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라는 대사가 굉장히 성경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오미가 겪은 그 상황도 그러한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고 있는 이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떠난 사람들 입장에서는 제가 자기들에게 잘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제가 바르게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일이기에 이 사건이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사건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 일을 통해 저희 교회가 더욱 더 건강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혹시 제 자신에 대한 설교의 적용이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저희 교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가울 즈음,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하는 자매가 있어 세례 문답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 자매가 그 교육에 성실하게 참석하지를 않았습니다. 약속했던 시간에 오지를 않아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고, 나중에 세례 문답 교육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으니 세례를 줄 수 없다 하니까 그제서야 울고 불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에는 그 가족들까지 모두 교회를 떠났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세례 받을 때 입을 옷을 사러 다니기까지 할 정도로 세례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세례 문답 교육에 대해 그렇게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과 친했던 한 집사님도 그 뒤를 이어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분들 중에 몇 분도 아직까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성도들에게 세례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믿고 있고, 또 이러한 결정에 반대한다면 교회를 떠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쉬는 것은 그 일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분들까지 그 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닙니다만 저로서는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그 흔들리는 분들이 이미 떠난 분들 편에 서고자 한다면 그분들도 놓아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런 말씀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이지만 목사와 성도의 만남이라고 100% 마음에 들겠습니까? 그럼에도 악한 목적으로 만나게 아니라면 나를 양보하고 희생해서 그 만남을 이어가야 합니다. 사람의 신분과 처지에 따라 주눅이 들거나 차별하면 안 됩니다.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은인이 될 수도 있고, 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이 사람을 하나님이 보내셨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86쪽)!"
그렇지요. 흔들리는 분들 역시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분들이고, 그분들이 여전히 그런 상태에 있다는 것 - 세례의 중요성이나 교회의 순결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러한 기준에 따른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제 탓이지 그분들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잘 가르쳐 드려야 했고, 처음부터 분명하게 원칙을 세워서 각인시켜 드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함께 해 온 것이 몇 년인데 아직까지 그런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서조차 바로 서 있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떠나려면 떠나라."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다시금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동안은 그분들의 냉냉한 태도를 순순히 감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내용들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룻이 나오미에게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일곱가지 이유(57-58쪽)'는 우리가 주님께 충성하지 않기 위해 핑계되는 대표적인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짚어 주고 있었습니다. 또 "왜 나오미는 룻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보아스를 고엘로 삼으라 했을까(130쪽)?"라는 질문과, "왜 보아스는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룻에게 보리를 여섯 번이나 되어 주었을까(168쪽)?"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굉장히 설득력 있는 대답으로써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완벽하게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결혼의 목적은 기업무르기(영혼구원)입니다(184쪽)"라는 말 또한 공감이 되었고, 도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설교집을 읽는 것이 목사에게도 영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핑계는 이제 집어치우고 앞으로는 제 영혼의 건강을 위해 설교집도 자주 읽으며 도전과 격려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설교자로서 다른 분의 설교집을 읽는 것은 겸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면서 지금까지 제가 너무 교만하지 않았었나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찌되었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