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범죄 유발성 형법과 법의 유통 권력자들
박영규 외 지음 / 꿈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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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국민을 위한 법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회의적 고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열이 받기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저자(류여해)가 겪었던 다양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반대로 저자가 경험했던 독일의 법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척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미국 변호사가 독일에 가서 독일의 복지 제도를 경험하고 미국에 돌아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잘못이야'라는 책을 썼다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잘못이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독일 유학 중에 보았던 동네 서점의 풍경은 참으로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법전을 판매하고, 그것을 평범한 사회인들이 구입해서 읽는다니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악법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챕터에서 소개한 저자의 국회 법제실 근무 경험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그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실적 위주의 법안 발의 및 재활용에 관한 이야기에는 기가 막힌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한 '법의 유통 권력자들'이라는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전혀 정의롭지 못하고, 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법조계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이야기라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가슴을 답답하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법에 무관심할 때 일어나는 비극'이라는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서는 우리가 더 이상 법에 대해 무관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라는 질문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법을 공부하려면 먼저 어려운 한자부터 공부하고 그 다음에 어려운 법률 용어도 새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 언제쯤이나 그러한 현실이 개선될지 요원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래도 법에게 희망을 걸어 본다고 말하고 있지만 저자가 앞서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양심있는 정치인, 양심있는 판사, 양심있는 검사가 있다고 해도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 국민들이 지혜로와봐야 법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겠습니까?

결국 대안은 다른 나라에서 잘 만들어 놓은 법을 수입해다가 이 나라의 현실에 맞게 다듬어서 사용하는 것 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치인들이나 판사, 검사도 수입해다가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게 과연 저만의 생각일지 이 나라에서 법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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