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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덕의 수능올킬비법
김승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이런 괴물같은 친구들(수능만점자)은 태생적으로 특별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쫓아가려면 가랑이 찢어지니 관심도 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하니 솔직히 저나 우리 아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인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능에 도움이 될 만한 비법들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들 녀석에게 조금은 도움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생긴 것부터 귀티가 흐르는 게 전혀 고생없이 자란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 보니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수능만점의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들의 정신적인 지지와 훈련, 그리고 저자 스스로의 열정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한자를 꾸준히 공부하도록 감독하셨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고, 또한 수업료가 다른 고등학교의 몇 배가 되는 자사고에 다니기 위해 장학금을 타고자 부지런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고백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가 사교육에 그렇게 많이 의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사교육이 굳이 필요치 않은 명문고에 다녔기 때문에 굳이 사교육에 기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안 좋은 첫인상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써 내려간 글솜씨가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의 글솜씨가 아니었습니다. 대필작가의 도움이 있었으리라는 의심의 냄새가 풍겨날 정도로 매끄러운 글솜씨가 많이 거슬렸습니다. '과연 저자가 이 책의 내용을 직접 썼을까, 이름만 빌려 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와 같이 갓 수능을 치룬 학생이 아니면 지적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접하면서 의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물론 편집진에서 글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저자가 공부했던 책이라던가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었던 점이었습니다. 특히 수학 과목과 관련해서 좋은 교재들을 수준별로 나누어 소개해 주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언어, 수리, 공통,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개별적으로 하나 하나 설명해 주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수능 시험 시간표와 과목별 문제 유형에 에 근거하여 수능 당일에 이렇게 시험문제를 풀어 나가라는 조언도 좋았습니다. 요모조모로 수능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팁들을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법'이라는 제목의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들 녀석이 아직 중학교 3학년이라 수능까지는 3년 정도 남았지만 굉장히 유용한 가이드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동산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상산고도 고려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보다는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미리 읽어 두면 좋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과보다는 이과를 지원할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모가 억지로 강요해서 읽어보게 하기 보다는 이 책 괜찮다는데 한 번 읽어 볼래 하고 슬며시 권해 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