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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 김영미 세계 분쟁 전문 PD의 휴먼 다큐 에세이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알게 됐다. 어떤 이념도 아이들의 밥 한 끼보다 중요하지 않음을, 어떤 종교도 한 여성의 자유보다 소중하지 않음을.."이라는 김미화씨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와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라는 책을 통해 세계의 수많은 분쟁이 바로 '종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 사람의 종교인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또 다시 종교로 인해 고통을 받는 여성들에 대해 듣게 되니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동안 계속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이 고이기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비참한 상황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그리고 종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든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19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이런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다른 소유물보다 전혀나을 것 없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소한 이유로 아내를 때려 죽여도 남편은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아내가 시를 써서 출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던 사건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 자신의 여동생이 비참하게 맞아 죽었는데도 그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오히려 잘 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부모 형제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종교' 때문이라는 사실에 더 더욱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종교'를 통해 벌어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은 여성차별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탈레반)은 여성이 교육을 받는 것만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이든 여성이든 시를 쓰거나 가요를 부르는 것까지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기점과 레코드 가게가 폭탄 테러를 당하고, 가수들도 테러를 당할 뿐만 아니라, 결혼식이 벌어지고 있는 곳까지도 테러를 당하는(세상적인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탈레반의 이러한 극단적인 모습을 보면서 최근 들어 한국 기독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주의로의 회귀 바람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가요는 물론이고 가스펠, 또는 CCM까지도 세속적이고 악마적이라면서 자신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들은 물론이고, 주변 교인들에게도 듣지 말라고 권유하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 뿐만 아니라 같은 기독교인이라도 교리적으로 다르다고 판단되면 이단이라 정죄하면서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나 기독교 근본주의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써 대접받아야 마땅한데, 단지 경전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세상을 대하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종교가 참 된 종교라 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치열한 분쟁이 벌이지고 있는 지역이었지만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가족 간의 사랑과 이웃 간의 사랑, 그리고 손님에 대한 따뜻한 환대를 통해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딸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면서 저자에게 딸아이를 억지로 떠맡기고 갔다가 밤새 잠을 못 이루면서 울다가 새벽같이 찾아와 딸을 돌려달라고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 엄마란 저런 것이지'라는 감동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여러 구호 단체에 대한 소개에서도 커다란 감동을 느꼈습니다. 특히 소아마비 예방 주사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탈레반 사령관을 직접 찾아가 추천서를 받아낸 유니세프 직원의 이야기나, 적십자사 직원들의 희생적인 섬김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마음을 울려 왔습니다.
2000년 대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있었다면, 2010년 대에는 '사람이 아프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책은 감동적이며 또한 도전적인 책입니다. 특히 종교적으로는 열심이 있지만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정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그러한 따뜻한 정을 나누어 주는 일이야말로 사람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