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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뜨기 한 달 전에 남긴 24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니 목회자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삶과 죽음, 그리고 신에 관한 질문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자마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남긴 질문은 24가지인데 이 책에서는 겨우 15가지 질문에 대한 답만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15가지 질문에 저자가 덧붙여 놓은 몇 가지 부수적인 질문도 있었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24가지 질문에 대해서만 충실하게 답변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2011.12.17)에 실렸던 저자의 대담이야말로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대한 더 성실한 답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도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잊혀진 질문'이라기보다는 '잊혀졌던 질문'이고,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이라기보다는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한' 질문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용 역시 그렇게 깊이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통은 신의 조화가 아니라 철저히 자연현상'이라는 저자의 대답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수많은 고통 역시 하나님과 상관없이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견해는 결코 성경적이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현세적 심판을 부인하면서 오직 내세의 심판만을 강조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성경은 결코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보면 하나님께서 직접 그들을 죽이셨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역시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예수의 경우 바울의 기도와 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인해 즉시로 소경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멀리서 구경만 하시다가 마지막에 심판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세상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 분이십니다. (구약 시대의 소돔과 고모라에 관한 기록은 이에 대한 더 분명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진화론 편으로 기울어 있는 듯한 모습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소진화를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젊은 지구론에 대해 단정적으로 틀렸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유보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해석, 행복에 대한 해석, 가룟 유다의 행동에 대한 해석,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조언과 같은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문학적 소양과 글솜씨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시와 기타 문학 작품들을 자연스레 인용하는 솜씨와 다양한 통계자료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설명하는 솜씨는 참으로 탁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어령 교수의 글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쉽게 읽히면서도 은근히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글에서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답변이 성경에 충실한 답변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내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답변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또한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대한 '묵직한 대답'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지나치게 가볍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무지개 원리'를 읽고 저자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신 분들이라면 '하나님'과 '인생'과 '고난'에 관한 저자의 답변에 충분히 만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자는 저를 근본주의적이고 문자주의적인 성경 해석에 묶여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신교 목회자라고해서 모두 다 저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자의 글에 나타난 견해가 저와 비슷한 입장에 서 있는 개신교인들에게는 많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