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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나무 이야기
엘레나 파스퀄리 글, 소피 윈드햄 그림, 고진하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1월
평점 :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때가 아마 1997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군요. 같이 사역하던 전도사님께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자신이 교회를 개척하면 그 교회에 '세 나무 교회'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왜 '세 나무 교회'냐고 물었더니 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을 받아 책으로 나와 있는 것이 있는가 찾아보았는데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책으로 나오나 했는데, 이렇게 포이에마에서 나온 책으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만나고 나서 정말 많이 기뻤습니다. 이야기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지만, 완전한 스토리로 제대로 만들어진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었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어 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너무 짧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 읽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원래 알고 있던 이야기도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책으로 나온 것은 조금 더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짧아서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야기에서 느꼈던 감동은 예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세 나무의 꿈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또 좌절된 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꿈이 어떻게 더 아름답게 성취되었는지에 대한 이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 깊이 감동과 여운을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그림 역시 독특한 느낌으로 의미를 더해 주고 있었는데, 특히 인상적으로 와 닿았던 것은 세 나무의 모습을 각각 다르게 그려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 세 나무를 같은 종류의 나무로 상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그려진 세 나무는 서로 다른 모습의,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베어진 후에 서로 다른 용도로 쓰여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봄, 여름, 가울, 겨울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봄과 겨울은 각각 한 그루의 나무와 연결지어 놓은 반면, 여름과 가울은 한 그루의 나무를 절반으로 나누어 좌우에 각각 연결지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림 작가는 배의 재료가 되었던 두 번째 나무의 크기가 다른 나무보다는 더 커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나무를 다른 나무들보다 크게 그려 놓으면서 동시에 두 개의 계절과 연결지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통찰력 있는 묘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카톨릭적인 냄새가 나는 경건한 분위기의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무들이 꿈꾸었던 일들이 하나 둘 좌절되면서 실망하게 되었을 때, 예수님이 그들에게 찾아 오심으로써 그들이 꿈꾸었던 일들이 더 아름답게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인생에 찾아오실 때 얼마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에 대한 기대를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시면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삶도 고귀하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분명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대해 신뢰해야 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짧은 이야기에 가격도 조금은 높아 보이지만 소장할 만한 가치는 충분한 책입니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한 가정에 한 권 정도는 꼭 비치해 두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기가 있는 가정은 물론이고, 어른들만 있는 가정이라도 두고 두고 읽으면, 두고 두고 감동이 될 이야기입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