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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쉘 실버스타인 지음 / 살림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평소에는 잘 읽지 않던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려 할 때에는 자기 혼자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이나 조카과 함께 읽어 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평단에서 보내 준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서평단 모집 글에 '특별판'을 보내 준다는 말이 있기는 했어도,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특별판'이 판매용으로 나온 양장본과 달리 일반커버본으로 만들어진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착한 책은 일반커버본이이었다는 점에서는 예상과 같았지만, 겨우 손바닥보다 조금 큰 미니본이었다는 점에서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게다가 글씨 크기는 겨우 6-7포인트 정도 밖에 안 되어 읽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이제 겨우 마흔 조금 넘긴 나이인데, 노안이 왔는지는 몰라도 돋보기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도 눈이 나빠질까봐 읽어 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요즘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나오는 미니북 기운데 이런 사이즈의 책이 많은 것 같던데, 평소에 이런 사이즈의 책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저에게 이런 사이즈의 책을 보고 서평을 쓰라고 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서평단 카페 관리자님께 출판사를 통해 이 책을 회수해 주십사고 부탁을 드렸는데 아무 연락이 없는 채로 서평기한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확인한 바로는 정본을 구입하면 선물로 이 미니본을 준다는군요. 여러 서평단을 통해 50여부 이상을 풀려다 보니 비용 부담이 되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낍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은 바 있었기 때문에 위에서 늘어 놓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돋보기를 사용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았습니다. 전체를 읽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느꼈던 감동보다는, 그저 재미에 치중한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라 느껴졌습니다. 건질만한 교훈이라고는 그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해 주라', 또는 '경직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보라'는 교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는 엽기적인 내용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마치 '심슨 가족'이라는 미국 애니메이션을 볼 때에 느꼈던 불편함과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117쪽의 '게임'이라는 시의 내용이 그랬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 우리 '악당과 경찰견 로버'라는 게임할래? 내가 네 눈을 물어.그러면 너는 죽거든. 그러면 게임이 끝나는 것야."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데다가 불쾌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 177쪽의 '엘비나'라는 시의 내용도 그랬습니다. "불쌍한 엘비나, 아무도 그 여자를 찾지 못했다네. 엘비나가 햄버거 고기 분쇄기에 빠진 걸 아무도 모른다네. 사람들은 샐러드를 조사했다네, 사람들은 음료수를 조사했다네. 점심으로 먹은 게 '엘비나'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네." 이것이 보고 웃으라고 쓴 시인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뒤에 내린 결론은 어린이들에게 읽히기에 전혀 유익이 되지 않는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마찬가지라고 느껴졌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평을 내리기 곤란한 책입니다. 살림 출판사에서 도대체 왜 이런 책을 출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서평도 썼으니 이제 이 책은 폐기할 생각입니다.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