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유쾌 발랄 활력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민숙 옮김, 에리히 라우쉔바흐 그림 / 은행나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코미디언(나름 유명한)이다. 그런데 의사 출신이란다. 책에서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의학과 관련된 내용들(페로몬의 기능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신장이 하루에 180리터의 피를 걸러낸다는 등의 이야기들)을 보면 저자가 의사출신이라는 사실이 거짓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이 사람 꽤나 웃긴다. 


처음에는 이 책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읽어가는 동안 꽤나 어지러웠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하는 저자의 주장이 진실인지 그저 웃기려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타당성이 있으면서도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뭔가 찝찝한 이야기들이 그랬다. 예를 들면 "매트리스의 진드기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절대로 이불을 개지 말고 그냥 어지럽힌 채 놓아두라"는 조언이나,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보다는 신체접촉을 통해서 전염되니 감기 중에 재채기를 할 때에는 손으로 가리지 말고 그냥 공기 중에 하고, 코를 풀 때에도 손수건에 풀기보다는 그냥  땅에 풀어라"는 조언과 같이, 한편으로는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 약간은 과장된 듯한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장된 이야기들에 앞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의학적인 내용만큼은 진실에 근거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집먼지 진드기들이 추위와 외풍에 약하다는 것이나,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서보다는 접촉을 통해서 더 잘 전염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사실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끝에 가서는 아주 이상한 결론으로 정리된다. 여기에서 바로 웃음보가 터진다.


그런데 저자가 의사 출신의 코미디언이라해서 의학적인 이야기만을 하지는 않는다. 시민들이 항공사의 콜센터라던가, 철도공사를 이용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불편함에 대해, "거기에는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비꼰다던가, 코청소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바닷물 스프레이의 턱없이 비싼 가격에 대해 비꼬는 식으로 사회적 부조리를 비판하기도 하고,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스위스 화장실의 세면대는 스위치가 발로 밟게 되어 있다던가, 독일 고속도로 화장실의 소변기 앞에는 벽난로 광고대가 부착되어 있다던가 하는 것 등)을 소재로하여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웃음만이 아니다. 알아 두면 도움이 되는 의학적인 지식('축구에서의 헤딩이 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와 같은 내용을 비롯해서)은 물론이고 독일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익하다. 특히 독자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겠다 싶은 내용이 나올 때마다 그 의미에 대해 책 하단부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덕분에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독일의 사우나가 대부분 남녀혼탕이라는 사실이나, 정해진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들어와 아로마 향을 뿌리고 수건을 돌려 향을 퍼지게 하며, 이를 보면서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는 사실과 같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사실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미리 알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사실을 알고나서 혹시라도 독일에 가게 되면 절대로 사우나에는 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로마 때문은 아니다. 그저 남녀혼탕이라는 사실이 불편할 뿐이다.)


심심할 때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그러나 틈틈이 얻게 되는 유익한 지식들로 인해 읽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다. 병원 대기실에 놓아두면 '딱'일 것 같은 책인데, 화장실에 놓아두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외로운 밤에 잠 안 올 때 읽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만 하다. 하지만 머리가 나쁘거나, 아니면 서구식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디에서 웃어야 할 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읽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재미있고, 읽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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