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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 백지연의 대학토론배틀, 토론이 쉬워진다
2011 대학토론배틀 심사위원 지음, tvN 끝장토론 〈대학토론배틀〉 제작팀 엮음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토론 기술에 관한 이론서'일 것이라고 짐작했었습니다. 그런데 목차를 보면서 tvN이라는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했던 '백지연의 끝장토론'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수록된 토론들의 내용을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기록해 놓은 대본집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겠더군요. 물론 방송되었던 모든 토론들을 소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디션에서부터 시작해서 32강, 8강, 4강, 결승에 이르기까지의 토론 배틀 내용 중에 '의미있는 토론', 또는 '잘 된 토론'이라 생각되는 토론들만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토론 과정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함께 싣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토론을 잘하는 법'이라던가, '토론에서 피해야 할 태도'와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이 이미 방영된 방송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보니, 책에 소개된 내용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들에 대해 말해 보아야 그것은 결국 제작진과 토론 참가자들에 대한 평가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참신한 기획의 방송 내용을 책으로 남기고자 한 것은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 참가자들에게 훌륭한 기념품이 되리라는 것 외에도 끝장토론을 보며 토론이라는 기술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을 만한 책이 되리라는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끝장토론을 직접 시청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고,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토론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토론을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대본집을 손에 넣어 바둑에서 복기를 하는 것처럼 토론의 흐름을 되짚어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으로 손에 넣고 싶었을 만한 훌륭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방송을 녹화해서 다시 보는 것보다, 또는 파일공유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해서 다시 보는 것보다, 이렇게 문자로 정리된 내용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토론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언급했던 다양한 용어들 가운데 그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용어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공부, 또는 독서가 얼마나 편협하고 치우쳐 있었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토론자라면'이라는 항목에서 심사위원들이 지적하고 있는 각각의 주장에 대한 토론의 요지들을 보면서는 그만한 깊이를 지닌 통찰력의 부재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의 토론 내용은 그렇게 탁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제법이라 느껴졌던 토론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형편없다고 생각된 토론팀도 있었고, 또 심사위원 중에 함량미달이라 생각되었던 심사위원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들 모두를 통해 토론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 정도 되었으면 이 정도 수준의 토론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디션을 통과한 팀들 가운데에도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오디션에서 탈락한 팀들은 그들보다 얼마나 더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의 교육현실 속에서 토론에 대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에게 토론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배워 볼 수 있게 해 주는 유용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중학생이 읽기에는 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아들 녀석에게도 꼭 읽어 보도록 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토론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잘 보고 배워 두었다가 자신이 대학생이 된 다음에 끝장토론과 같은 토론의 장에 자신감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