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트바이블 쉬운말성경 : 사진 - 엄효용 - 신약성경
Art_Actor (크리스마스 예술가) 지음 / 성서원 / 2011년 12월
평점 :
집사람을 만나 교제하기 시작했던 때가 1992년 겨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성서원에서 나온 현대어 성경을 가지고 통독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번역이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에 집사람에게도 한 권을 선물해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집사람과 결혼하면서 그 성경이 다시 제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안이 오면서 과거에 구입했던 현대어 성경의 작은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큰 판형으로 구입하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기독교 서점에서 현대어 성경이 보이지 않더군요. 신학대학에 다니는 동안 교수님께 번역이 잘 된 성경이라는 말씀을 들었었기 때문에 절판이 되었나 싶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후에 현대어 성경이 절판된 이유가 개정판을 내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 잘 결정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아가페 출판사에서 나온 쉬운 성경을 구입했을 때, 구판을 구입한지 몇 개월도 안 지나 개정판이 나오는 바람에 무척이나 분개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과 비교할 때 성서원에서 현대어 성경을 절판하고서 무려 10년이 지나도록 기다렸다가 개정판을 내어 놓은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면서도 독자들을 배려한 바르고 합당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처음 택배로 받았을 때 그 표지와 두께에 조금 놀랐습니다. 젊은 화가들의 그림을 표지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양장본의 두꺼운 표지가 아니라 얇은 표지일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이의 재질도 메시지 성경 신약처럼 얇은 종이로 만들어졌을 줄 알았는데 일반 두께의 종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책을 읽는데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양장본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게 면에서 많이 가벼워졌고, 또 표지와 종이가 일반 페이퍼북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보니 전형적인 가죽표지의 성경책이 주는 무게감과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번역 역시 과거에 현대어 성경을 읽을 때처럼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개정개역판 성경과 확연히 구별되는 편안한 단어 선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5장 28절 "여자를 바라보고 엉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미 마음 속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에서 '엉큼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같은 경우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개역한글판에서 개정개역으로 바뀌면서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 요한계시록 13:10의 경우, 현대어 성경은 처음부터 제대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조금은 어렵게 복잡하게 있었는데, 이번에 아주 쉽게 바꾸어 놓았더군요. 요한계시록 13:10을 현대어 성경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투옥을 당할 운명에 있는 성도는 잡혀 끌려갈 것이며 사형에 처해질 운명을 타고난 성도는 사형 집행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여러분의 인내와 믿음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번역된 쉬운말 성경에서는 "누구든지 사로잡혀갈 사람은 사로잡혀갈 것이고, 누구든지 칼로 죽임을 당할 사람은 칼로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도들에게는 인내와 믿음이 반드시 요구됩니다."라고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개역한글판 성경에는 "사로잡는 자는 사로잡힐 것이요 칼에 죽이는 자는 자기도 마땅히 칼에 죽으리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고 번역되어 있고, 개역개정판 성경에는 "사로잡힐 자는 사로잡혀 갈 것이요 칼에 죽을 자는 마땅히 칼에 죽을 것이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는데, 현대어 성경에서는 처음부터 제대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 쉬운말 성경(아트바이블)으로 개정하면서는 표현만 쉽게 바꾼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서 현대어 성경 때보다 더 쉽게 번역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독성도 일반 소설책과 비슷한 수준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성경책이라기보다는 소설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더 편안하게 읽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점이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구약도 나온다고 하는데, 기존 성경과 같이 가죽표지에 얇은 종이로 만들어도 좋겠지만, 이 책과 동일한 스타일로 한 세 권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내 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나오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