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자서전 -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가지는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잘 안 잡힌다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쳅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모두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분이신가, 그리고 그분의 성품을 어떻게 해야 깊이 경험할 수 있는가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주제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이 전개되어 가는 면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딱딱 끊어지는 맛이 없이 생각의 흐름을 따라 그저 물 흐르듯 써 내려간 글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부러 체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구성하지 알고 쓴 글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 책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이 책에 포함된 내용들이 일부는 신앙 수기에 가깝고, 또 일부는 칼럼에 가까우며, 나머지 일부는 강의에 가까운 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글들이 섞여 있어서 쉽게 익숙해지지 않고 진도도 빨리 나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책이었다는 것입니다. 앤드류 머레이라던가 제랄드 싯처와 같은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곤혹스러움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그런 분들의 책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내 영혼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제목에 낚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책이 저자의 신앙여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중심적인 주제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책의 앞날개 부분을 보니 이 책이 '예수님을 경험하는 영성훈련(2003)'의 개정판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차라리 그 제목이 이 책의 주제에 더 가깝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제목 역시 이 책의 성격을 정확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영어 원제는 'Knowing Christ'인데 '그리스도를 알아가는 여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 차라리 이 제목이 이 책에 더 어울리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위에서 언급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새롭고 깊이있고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참으로 풍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치우쳤던 지성주의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 전통에 속한 다양한 영성훈련에 관해 공부하는 가운데 자신의 신앙이 어떻게 진일보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을 읽어가며 종교개혁 이전의 다양한 영성훈련에 관해 배울 수 있었고, 또한 저자가 공부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책들이 무엇이며 또 어떤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으며, 어거스틴이나 루터나 칼빈과 같은 이들의 글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간과되어 왔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를 견지하며 신앙의 깊은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교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이거나 강력한 도전을 주는 내용이 없었던 점이 제게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특별한 한 가지'가 없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다 좋은데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 그런 책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뒤돌아보니 두란노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더군요. 자극적이지 않고 편향되지 않고 중도적인 입장에 서서 온화한 태도로 권면하는 것이 바로 두란노에서 나온 책들의 대체적인 성향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두란노에서 나온 '래디컬'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래디컬이라고 하다니!'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두란노의 성향이 전술한 바와 같다면 그 정도만 가지고도 충분히 '래디컬'이라 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하용조 목사님의 성품이 두란노에서 나오는 책들에 그대로 투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극적이고 강하게 몰아치는 성격의 책들을 선호하는 저와는 조금 맞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나 앤드류 머레이, 제랄드 싯처와 같은 이들의 글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읽으면서 무척이나 행복해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의 신앙이 지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균형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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