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사용하는 법 -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마고트 슈미츠 & 미하엘 슈미츠 지음, 엄양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평소에 별 일 아닌데 욱하는 성질이 있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 보고자 읽기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책을 보면 일반적으로 실천적인 방법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책은 이론적인 면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책 읽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Emotions-Management 입니다. 감정경영, 또는 감정관리라는 의미이지요.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는 적절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어 제목은 이 책의 내용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제목에 낚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낚이지 않았다면 이 괜찮은 책을 놓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도리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들의 글 솜씨가 그렇게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라서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 읽은 다음에야 아, 그래서 저자들이 이 책을 행복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감정을 경영하는 일, 또는 감정을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코칭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자랑하고 있는 성과들을 보면 감정경영, 감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려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사례들과 그로 인해 벌어진 그들의 변화와 성공적인 결과들을 보면서 그들의 작업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자신들의 도움 없이도 그러한 결과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과거에 경험했던 부정적인 사건들을 기억해서 치료하도록 하는 기존의 심리적인 처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저자들의 이러한 주장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견해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변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들의 주장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감정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 일이라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결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 감정에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러한 주장에 관한 증거로 뇌 종양 수술 이후로 감정을 주관하는 뇌의 일부가 손상된 어떤 사람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행동과 관련된 가치판단에 있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신앙생활(지식과 실천이 괴리된 신앙생활)에 대한 매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에서 전도할 때에 사용하는 사영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영리의 내용 가운데 감정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감정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과 그의 말씀 곧 성경에 근거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의 느낌이나 감저에 근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특별한 느낌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없을지라도 안심하십시오.. 그리스도인도 느낌이나 감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의 말씀의 신실성에 믿음의 근거를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감정과 느낌의 경험없이 변화된 삶을 시작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한다면, 저자들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것입니다. 사람은 감정적인 동의가 없이는 결코 행동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믿음'은 '전인격적인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성과 감정과 의지 모두가 결합되어야 진실한 믿음이라 할 수 있고, 변화된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이나 느낌을 저렇게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감정과 느낌이 없는 믿음을 온전한 것으로 여기고 사는 신앙인들, 그래서 아무런 행동의 변화도 드러내 주지 못하는 신앙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감정을 경영하는 것, 감정을 관리하는 것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 일이든, 부부 관계든, 아니면 종교활동이든, 그 어떤 영역에서도 감정을 소홀하게 다루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만드는지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고뇌를 활용해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그것이 적절한 감정인지 아니면 지나친 감정인지를 분별해서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권면도 귀하여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자들의 이러한 권면이 마음에 흡족할 만큼 충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의 저자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감정코칭의 중요성에 깨닫고 자신들의 고객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뭔가 대단한 방법을 가르쳐 줄 것 같았는데 전체적인 맥락만 이야기해주고 세부적인 것은 개인의 상황마다 다르니 우리에게 와서 직접 코치를 받아보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저자들이 말하고 있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된 것만으로도 제가 저자들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은 다 얻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들의 글 솜씨(주로 글의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별로 마음에 차지 않지만, 소개하고 있는 내용만큼은 상당히 유익했고, 그것만으로도 별 여섯개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천합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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