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지키기 연습 - 비현실에서 현실로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 동네스케치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책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을 때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상당히 강해서 읽으면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이 책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 읽어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지 않아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일본에서 일어났던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에 쓰여진 책이라서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저자는 재난, 또는 삶에 찾아오는 시련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현재의 시련에 대해 한탄을 하거나 불평을 하면 괴로움은 마음 속에서 점점 커져 가고, 이에 따라 몸이 긴장하고 무거워져서 건강도 나빠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재난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한탄을 늘어놓기 보다는,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한 다음, 그에 맞게 행동하라"고 하였습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어서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불필요한(또는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동일한 감정에 반복적으로 사로잡히다 보면 그것에 세뇌가 되어서(집착하게 되어서) 부정적인 사고 패턴이 형성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머릿속에 떠오른 현실과 상관없는 생각들'이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저자는 다른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친절이 싹트는데, 대상에 관계없이 친절한 마음을 품기 위해 애쓰고  일단 생겨난 친절한 마음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진실한 자비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먼저 자비로울 것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태도를 통해 괴로움 속에서도 온화하고 따뜻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어 온 것이 사실은 쾌감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쾌감을 추구하는 사람은 도파민 중독에 사로잡혀 점점 더 큰 쾌감을 추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위기를 만나게 되면 이러한 쾌감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쾌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쾌감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게 됨으로써 욕구불만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쾌감을 쫓는 생활을 중단하고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뇌를 초기화함으로써 평온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가상세계에서의 관계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쾌감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무가치한 일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저자의 지적이 제 자신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어서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숙을 통해 자신이 추구해오던 쾌감이 결코 인생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쾌감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내심과 지구력, 침착함과 같은 성품을 키워 평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집중과 규칙적인 생활이 평온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들 가운데에서 '쾌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저자의 자세한 분석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의 반복을 통해 평온을 누리라는 권면 역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 가운데에서 틀렸다 싶었던 말은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이야기였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다른 국가들과의 GDP 경쟁에서 좀 뒤지더라도(전세계에서 3위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수준에서 10위에서 20위 정도로 떨어지더라도)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자는 주장이나, 야간의 전력공급을 제한하고, TV프로그램 송출을 제한하자는 주장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셧다운 제도(청소년의 야간 인터넷 사용제한조치)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의 그러한 주장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나중에 어떤 세상으로 바뀌게 될 지 전혀 예측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 가운데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응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도 좀 늦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제안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므로 급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이 그러한 필요를 깨달은 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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