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0여년 전에 케이블티비에서 우연히 보게 된 '크로싱 조던'이라는 미드로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 티비에서 방영한 한국 최초의 법의학 드라마인 '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법의학 관련 미드와 영화들을 보아왔습니다. 집사람이 CSI를 특히 좋아해서 함께 보다 보니 시리즈의 거의 대부분을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인 문국진 박사의 인터뷰집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를 읽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을 때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기대보다 그에 대한 분량이 적어서 많아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저자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건들만 모아 놓은 책이 나오다니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앞서 읽었던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에 소개되었던 사건들과 중복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실려 있더군요. 새튼이와 지상아에 대한 설명도 그렇고, 시랍과 시강에 대해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사건들도 그대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의 시강이 하행성이라는 것이나 어린애와 노인의 시강이 젊은 사람들보다 빠르다는 것도 다시금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또 캐스퍼의 부패법칙(시체가 있는 장소에 따라 공기:물속:땅속의 부패 속도가 1:2:8이라는 것)과 관련된 사건 역시 그대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작인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를 읽은 분들로서는 이 책을 읽을 때 조금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먼저 읽어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사건 하나 하나가 신기하고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앞서 읽었던 내용들에 대한 복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김치가 소화흡수되는 과정에서 메타암페타민(마약성분)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나 그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 그리고 김치국물이 혈은예비검사인 벤지딘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김치국물 때문에 일시적으로라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또한 파상풍으로 죽으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한다는 것이나 임산부가 죽었을 때 그대로 관에 넣어 매장하면 경우에 따라 관 속에서 아기(물론 죽은 아기)를 낳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CSI나 기타 법의학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법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 그리고 일반인들의 의학지식이 미천했던 시기에 일어났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나, 과학적인 뒷받침이 현저히 부족했던 시기에 어렵게 어렵게 해결된 사건들을 보면, 지금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법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또한 그분들의 노고에 대해 인정해 주고, 또 그분들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투쟁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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