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국소녀 아키아나 - 그녀의 삶, 그림, 에세이
아키아나 크라마리크 지음, 유정희 옮김 / 크리스천석세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닐까 싶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 종류의 책들을 몇 권 읽고서 이제는 그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키아나가 그린 그림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런 그림들이 실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펼쳐 보니 앞의 절반은 아키아나의 엄마가 자신의 딸에 대해 써 놓은 글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아키아나가 그린 그림들과 직접 쓴 시들이었습니다. 사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아이가 하나님을 만났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키아나가 자신이 하나님을 만났다고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말했을 당시에는 그 가족 중에 그 어느 누구도 하나님을 믿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 누구도 이 아이에게 하나님을 소개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웃들이 이 아이에게 복음을 전해 준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하나님을 만났다고 하니 이 아이가 만난 것이 진짜 하나님인지 아니면 하나님 아닌 다른 어떤 영적 존재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그린 할머니의 초상화 옆에 붙은 설명을 보면서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의 할머니는 평생 동안 하나님을 믿어왔지만 용기가 없어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공산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아이의 할머니와 아빠는 구소련연방의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분명 가족들의 구원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키아나가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놀라운 재능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가족 모두가 하나님을 믿게 되었던 것을 보면 할머니의 기도가 응답받은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4-5살 때부터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 10살 정도 밖에 안 된 나이에 완숙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분명 아키아나의 엄마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이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을 주셨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사실주의니 표현주의니 하는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사물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옮겨 놓는 솜씨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반면에 시에 대해서는 별로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시에서 각각의 절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가운데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아이가 시를 쓰면서 사용한 어휘라던가 표현 같은 것을 보면 상당히 어른스럽기는 하지만, 마음에 크게 와 닿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시에 대한 찬사에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렇게 놀라운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재능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그 재능을 통해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라기는 이 아이의 간증을 통해, 그리고 이 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책도 귀하게 쓰여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지금보다 더 유명한 화가로서 이름을 떨치게 된다면,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장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장본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제 몫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