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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영성 - E. M. 바운즈의
E. M. 바운즈 지음, 최요한 옮김 / 두란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대학에 다닐 때 E.M.바운즈가 쓴 '기도의 능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은혜와 도전을 받았던 바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의 능력'에 이어 저자가 쓴 기도에 관한 여러 권의 책들을 모두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기도의 능력'이 여러 출판사에서 재번역되어 출간되면서 다른 책들도 함께 재번역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예전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 때문에 관심이 갖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두란노에서 E.M.바운즈의 미출간 도서인 본서를 발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어도 번역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 앞부분에 실려 있는 짧막한 E.M.바운즈의 일대기였습니다. E.M.바운즈의 책은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그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았는지, 또 어떤 사역을 펼쳤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일대기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 남군의 군목을 사역했던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 혼란이 왔습니다. 대의적인 측면에서 북군의 편에 섰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연방정부의 악행을 목격한 후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뒤로 빠져버렸던 다른 군목들과는 달리 전투가 끝날 때까지 전장에 머무르면서 군인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은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자신이 사역하던 마을을 위해 화요일마다 마을 광장에 모여 기도하는 모임을 통해 마을에 부흥을 일으켰던 것 역시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평생동안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서너 시간씩 기도했다는 사실이 가장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가 감리교 목회자였다는 사실과 찰스 피니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M.바운즈의 부흥관이 찰스 피니의 부흥관과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찰스 피니의 모든 주장에 대해 저자가 동의했던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도전이 되었던 것은 역시 기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교회를 교회답게 하기 위해, 그리고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뜨겁게 기도할 것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설교를 완전히 배제한 기도모임을 운영할 것을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경우 매주 수요일마다 그런 방식의 기도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그와 같은 기도모임을 꼭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연속적인 찬양을 이용해 감정을 고양시키는 행위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건한 삶을 위해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도 오락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권면하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열심이 있었기에 하나님께서 그를 사용하신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하나님을 위해 교회를 붙들어야 하는 목회자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면서 심방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심방에 대해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던 저에게 강한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목회자의 책임과 성결한 삶에 관한 다양한 교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다양한 교훈 가운데 금식과 기도에 관한 교훈에서 금식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그분 역시 금식이 기도보다 우선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영적인 깊이가 남다른 분들이라 서로 통하는 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과 많이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각각의 장이 2-3 페이지 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짧막한 설교집이라고 하기 보다는 묵상집이라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가독성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380여 페이지에 글씨도 크고 행간도 넓고 여백도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대도 그만큼 올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장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약간은 극단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의 표현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법적 표현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레오날드 레이븐 힐이나 A.W.토저,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책을 즐겨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저처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 듯 싶습니다. 부록으로 실린 스터디 가이드가 상당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는데, 질문들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보다는 하루에 한 장씩 묵상해 갈 때 많은 영적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