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번트 리더십 - 내 사람을 최고로 키워내는
알란 로이 맥기니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책찌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리더십에 관한 책을 멀리한지 상당히 오래 된 것 같습니다. 거의 다 비슷 비슷한 내용에다가 그저 원리만 나열해 놓았을 뿐 어떤 도전이나 감동도 주지 못하는 책들을 몇 권 읽고 나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리더십에 관한 책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일반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기독교적인 느낌의 제목에 마음이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이 책의 문장이 경어체로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은 짧은 문장으로 끊어 반말투로 번역하는게 보통인데 오랜만에 만나는 경어체의 문장에서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왠지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그냥 내가 해 주는 말 듣고 따라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 번 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경어체의 사용이 역자나 편집자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읽으면서 좋은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딱 한 가지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개신교인이 분명해 보이는 저자의 글을 가톨릭적인 냄새가 나는 용어로 번역한 곳이 몇 곳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체적인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평범해 보이는 원리들도 적절한 예화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고, 강한 도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리더십과 '동기부여'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가장 귀한 소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리더를 동기부여자로 보는 저자의 시각을 통해 개신교 목회자인 저의 설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설교를 선포라고 가르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설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것이 설교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설교는 동기부여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동기부여 강사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설교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결코 성경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긍정주의적 사고방식을 무슨 중요한 신앙원리처럼 설파하는 모습을 보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설파하는 메시지는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기부여'라는 가치중립적인 요소를 사용해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좇아 살아가도록 성도들을 격려하기 한다면 잘못되었다 말할 것이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저자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칭찬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책망과 교정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는 한편, 그 두 가지 요소가 바른 행동방식의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원대하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일의 중요성과 성공적인 미래에 대해 상상하고 꿈꾸고 말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고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모습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정작 어떤 모습의 교회를 꿈꾸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막연한 상태에서 벗어나 분명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또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실패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하는 사람은 유능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저자의 지적이었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는 실패한 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막상 '은혜'에 관해 설교하는 설교자가 인생에 실패한 성도들에게 용기를 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제대로 된 설교자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로 그러한 설교자로 살아 온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무엇을 어떻게 설교해야 할 지를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마치 설교학에 관한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목회자로서의 태도는 물론이고, 설교자로서의 태도에 있어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 목회와 설교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얻은 깨달음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목회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