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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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읽어 본 불교 관련 도서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 본 적은 있지만, 머리 크고 나서는 줄곧 기독교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불교 도서를 읽어 볼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틱낫한 스님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이유는 제 안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분노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화'라는 책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 꼭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읽어 볼 기회를 얻지 못한 채로 지내오던 차에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라는 소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기독교 상담과 내적치유를 공부해 오는 가운데 내면아이의 치유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서택 목사의 '내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라는 책을 통해 깨달은 바가 많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읽어 본 결과 역시 그 책과 많은 점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명칭에 관한 부분과 해결책에 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우선 일반 심리학에서 '무의식'이라 부르는 것을 이 책에서는 '저장식', 또는 '뿌리식'이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그리고 기독교에서 '죄에 물든 자아', 또는 '죄된(악한) 본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 책에서는 '(온갖 미혹에 뒤덮여 있는) 자아의식'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아의식'을 '깨어있음'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과의 영적인 연합'을 통해 죄된 본성을 죽여야(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그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더군요.


하지만 저장식 속에 숨겨져 있는 고통의 씨앗을 의식의 차원으로 불러 올려 '인정해 주고, 안아 주고, 보살펴 주라'는 가르침은 내적치유에서 가르치는 바와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물론 내적치유에서는 그 일을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맡겨 드리게 하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자기의 내면 아이를 돌볼 필요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의미있는 해결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별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은 '분노의 순간에 호흡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도록 하는 수행'과, '분노의 순간에 깨어있음과 집중을 통해 무엇이 나로 하여금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지를 확인하도록 하는 수행'에 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깨어있음과 집중이라는 것은 기독교상담이나 내적치유에서도 동일하게 강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신앙훈련으로써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것을 일상적인 차원으로 보편화시키면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에서는 호흡수행과 비슷하다고 볼만한  것이 전혀 없는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화론'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태도라던가, '연기적 자아'에 대한 극단적인 가르침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심리 치료의 차원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았다고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불교인이라면 당연히 읽어 보아야 할 책이겠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독교인에게는 목회자인 제 입장에서 볼 때 '내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를 우선적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고, 상담이나 내적치유를 공부하는 기독교인에게는 참고하는 차원에서 읽어 볼 수 있는 책 정도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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