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 이룬 부부
이순자 지음 / 두란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결혼 후 6년간의 치열한 부부싸움 끝에 다양한 내적치유프로그램과 상담프로그램, 그리고 가정회복과 관련된 많은 책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의 평화를 이루게 된 저이기에 이러한 부류의 책들 중에 '이미 다 알고 있는데다가 지루하고 재미없기까지 한 내용만 늘어놓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무척이나 화가 납니다.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닐까 싶어 처음에는 읽기를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상당히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부부관계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을 짜임새 있게 다루어 주고 있는데다가, 그 각각의 내용들을 실제사례와 연결해서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과거에 제가 저질렀던 '만행'과 비슷한 사례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예전에 저랬었지"라는 자기반성의 시간들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나 어머니의 모습(꼭 고쳤으면 싶은)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읽을 때면 아내와 어머니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 거짓말을 했다가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고 나서 거짓말 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갖게 된 어떤 남성의 이야기는 꼭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TV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남자들의 성향에 대한 설명은 아내의 이해할 수 없는 습관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피곤하면 TV고 뭐고 다 그만두고 그냥 자리에 누워 버리는데, 집사람은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긴장을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TV를 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TV보는 것이 피곤을 더 가중시킨다고 느끼기 때문에 집사람이 피곤하다면서 TV보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무척이나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소개한 내용을 보면서, "아, 우리 집사람이 TV를 보면 긴장이 풀린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또 다른 방법은 TV를 보는 것이다. TV를 보는 남자들의 두뇌를 사진을 찍어 봤더니 눈으로 TV를 보고 있는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잠자는 뇌처럼 푹 쉬고 있었다. 뇌가 쉬는 것이다." 이 내용이 남자들의 성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정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내가 저보다 수학도 더 잘하고, 또 공간 지각력도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더 잘하는 영역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남성적인 성향의 뇌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화(분노)가 일차감정이 아니라 이차감정이라는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으면서,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일차감정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연습문제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특히 배우자가 좋아하는(그리고 싫어하는) 행동, 음식, 식당, 운동, 음악 등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한 연습문제(147쪽)는 집사람과 함께 꼭 풀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는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맞춰보려니까 그게 절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가면서 이 숙제를 꼭 완성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숙제를 완수하고 나면 아내와의 관계가 확실히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독교 출판사에서 낸 책이긴 하지만 기독교적인 냄새는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닌 부부들에게 권해 주기에도 상당히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조현삼 목사님의 '결혼설명서'라는 책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고, 또 그만큼 유익하다고 느꼈는데, 결혼설명서는 남자분이 썼고 이 책은 여자분이 썼다는 점에서 두 권을 함께 읽으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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