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난 건 아니야 - 2004년 윗브레드 상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5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노아의 홍수를 다루고 있는 성경 본문을 읽을 때마다 홍수기간동안 방주 안팎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습니다. 밖에서 퍼붓는 빗소리, 물에 떠내려 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의 비명소리, 어둡고 답답한 실내, 동물들의 배설물 냄새, 날마다 거르지 않고 음식물을 배급하고 배설물을 치우고 하는 노동 등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노아의 홍수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의 깊이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깊었습니다. 방주를 짓고 있는 동안에 일어났을 법한 일들(동네 사람들이 연장을 훔쳐 간다거나 방주에 낙서를 하는 등)이나 방주 안에서 지내는 동안 일어났을 법한 일들(형제간의 다툼이나 식수문제, 질병문제 등)이 무척이나 실감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홍수로 인해 방주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묘사(하늘의 모습이나 빗방울, 뇌성 등에 대한)는 또 얼마나 뛰어나던지요.

 

하지만 이 책은 성경 본문에 그리 충실한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티브만 성경에서 가져왔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성경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있습니다. 방주에 대한 묘사부터가 성경과 다릅니다. 성경에서는 방주를 그저 네모난 나무상자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저자는 방주를 마치 배와 같은 형태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경에서는 방주의 입구를 하나님께서 직접 닫아 넣으셨다고 되어 있는데, 저자는 방주에 탄 사람들이 마음대로 갑판에 오르내릴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배에 탈 동물들을 노아의 가족들이 임의로 선별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도 성경과 달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팀나라던가, 팀나와 야벳에 의해 구출된 키팀이라는 소년,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배를 타고 홍수에서 살아남은 또 다른 가족들은 성경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노아 가족들의 면면입니다. 저자가 그려놓은 노아의 가족들은 절대로 착한 사람들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을 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악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방주에 기어오르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밀어서 떨어드립니다. 방주에 기어오르려는 이들을 사탄이라 부르며 죽으라고 저주합니다. 주변 이웃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잘된 일이라고 기뻐합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방주에 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저자가 그려놓은 노아의 가족들은 마치 이상한 종교집단의 광신도들처럼 보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서 살아남은 두 그룹의 사람들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노아의 가족들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광신도 집단처럼, 그리고 다른 배를 타고 살아남은 또 하나의 가족들은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의 가족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그 가족들은 방주에서 추방된 팀나와 키팀을 자기들의 가족처럼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노아의 가족들은 방주에 올라탄 키팀을 발견했다면 분명히 죽여 없애버렸을 것입니다. 


저자가 이러한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 기독교인이라 이름하는 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투영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저자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위선적인 기독교인들을 향한 회개의 요청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은 어떠해야 마땅한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자기반성에 익숙치 않은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이 무척 불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는 죄인임을 인식하고 있는 성도라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읽기에는 잔인한 묘사들이 많습니다. 홍수 사건 자체가 끔찍한 사건이니까요. 2012라는 영화 못지 않은 끔찍한 묘사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중학생 이상에게만 읽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목회자라면 한 번 쯤은 읽어 보았으면 싶습니다. 홍수사건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