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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핸드북 - 성경 교사를 위한
스티븐 M. 밀러 지음, 박대영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친척으로부터 어린이 성경 한 권을 선물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저희 집에는 제가 읽을만한 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책만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을 머리 속에 기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 년이 흐른 뒤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게 되었는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저희 부서(중고등부) 학생들 중에 저보다 성경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뿌듯하기도 했구요. 어떻게 나보다 교회를 오래 다닌 친구들이 성경을 그렇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은, 제가 초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읽었던 어린이 성경이 어른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 있어 탄탄한 기초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한 이래로 성도들에게 계속해서 어린이 성경을 구입해서 반복해서 읽으라고 권면해 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 성경 중에 어른들이 읽을 만한 수준의 성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 성경 대부분이 그림 성경인데다가 내용도 상당히 빈약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읽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어린이 성경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읽을 만하다 싶으면 카톨릭에서 출판한(그래서 개신교 성경과 다른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는) 성경이거나, 또는 일반 출판사에서 비전문가에 의해 번역된(그래서 오류가 많은) 성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성경과 함께 권해 왔던 것이 성경핸드북이었습니다.
저는 신학대학에 다닐 때 성경핸드북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교회에서는 성경핸드북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 어느 누구도 성경핸드북을 읽어 보라고 권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성경핸드북의 종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가장 잘 알려져 있었던 것이 바로 헨리에타 미어즈의 성경핸드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필두로 시작해서 다양한 성경핸드북을 구입해 읽어 보았고, 그 덕에 성경을 좀 더 깊이있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성경핸드북을 통해 얻었던 유익을 성도들에게도 누리게 해 주고 싶어서 교회의 연말시상 때에 성경핸드북을 상으로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성경핸드북을 선물하고 난 다음에 읽어 보셨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읽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성경핸드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더 어렵고 읽기 부담스러운 책이라고 느끼게 할만큼 재미없고 지루하게 쓰여져 있는 경우가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신학생들이나 보는 사전이나 참고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을 일반 성도들이 즐겨 읽을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만화로 그려져 있는 성경핸드북을 상으로 주기 시작했는데, 그 책은 많이들 좋아하시고, 또 즐겨 읽으시더군요. 재미있다, 도움이 되었다 라는 반응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새로운 성경핸드북을 읽으면서 이 책도 상당히 쓸만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성경교사를 위한 성경핸드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린이 성경의 장점과 성경핸드북의 장점을 절묘하게 잘 조합해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성경핸드북을 보면 신학생들이나 읽는 구약개론서, 신약개론서처럼 어렵고 전문적인 냄새가 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성경을 읽으면서 틈틈히 사전이나 참고서처럼 참고하도록 되어 있는 여타 성경핸드북과는 달리, 이 책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겨가기만 하면 성경의 내용을 순서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었습니다.
도표라 할 만한 것도 거의 없었습니다. 일반 세계사와 성경 속의 역사를 비교해 놓은 일직선 그래프와, 몇 장의 성경 지도 외에는 아무 도표도 없었습니다. 그저 페이지 중간 중간에 위치한 네모칸 안에 각 책에 나오는 중요한 성경구절이나 주요 개념설명들을 넣어 소개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들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되도록 단순하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 내려가는 사이에 성경의 각 책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와 배경, 주제, 관심사들, 저자와 연대, 지명 등을 알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내용이 성경의 각 책에 대한 '개관'이었는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개관'에는 성경의 각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요약 설명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만 따로 떼어 놓으면 그 자체로 어린이 성경, 또는 청소년 성경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보였습니다. 물론 이 '개관'에 성경 각 책의 모든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사건들이나 기타 중요한 내용들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 적었습니다.
'개관' 다음에는 '고려사항'이라 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읽기에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해 왔던 성경의 난제들에 대한 해석이나 최근의 연구들이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70년의 포로생활을 예언한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언과는 달리 실제의 바벨론 포로기간은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세 가지의 대답을 내 놓고 있는데, 그 설명이 무척이나 간결하고 명료한 것이, 예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고했던 주석보다 더 쉽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더 깊은 연구를 위해'에서는 그 책과 연결해서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무엇인지, 또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 책마다 그 책의 주제에 딱 어울리는 소제목을 붙여 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복음서의 경우 마태복음은 '예수님과 그분의 가르침',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활동을 가장 많이 담은 이야기', 누가복음은 '섬세한 외과의사가 쓴 예수 이야기', 요한복음은 '깊이 있는 사색가의 예수 이야기'와 같은 소제목이 붙어 있고, 소선지서나 바울 서신의 경우에도 그 책의 핵심 주제를 잘 드러내 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니엘서의 '사자들이 거른 식사'라던가, 오바댜서의 '대갚음'과 같은 소제목은 조금 어색하거나 매그럽지 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다른 대부분의 책들에는 각 책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주는 제목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경도 읽기 힘든데 성경핸드북까지 읽어야 하느냐고 질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기 힘든 성경이라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숙지해 두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성경 통독을 어렵지 않게 해 낼 수 있습니다. 성경을 통독해 나가다 보면 생전 처음보는 생소한 내용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 같지만, 어린이 성경이나 성경 핸드북을 통해 이미 숙지해 둔 핵심적인 내용 역시 생소한 내용만큼이나 계속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핵심적인 내용들만 미리 징검다리처럼 구축해 놓으면 성경 전체를 읽어 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이나 참고서 스타일의 성경핸드북을 통독하듯이 읽어내기란 성경을 통독하는 것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경 교사를 위한 성경핸드북'은 성경 전체의 맥을 잡고 핵심적인 내용을 숙지하는 데에 어린이 성경이나 청소년 성경을 충분히 대체할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성경 통독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용기가 나지 않아 시도하지 못했던 분들이나 성경 통독에 계속해서 실패해 온 분들이라면 이 책을 여러 번 읽음으로써 성경 통독을 완주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