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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정의 - D. A. 카슨이 말하는
D. A. 카슨 지음, 송영의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10월
평점 :
'D.A. 카슨이 말하는' 이라는 설명이 제목에 붙어 있는 것을 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였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성경을 이렇게 깊이있게, 그리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저자라면 이와 같은 영예를 누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UCCF(영국 IVF)에서 주관한 1994년 월드 얼라이브 컨퍼런스에서 저자가 빌립보서를 본문으로 설교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IVP에서 출간된 BST 시리즈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단체에 소속된 학자들의 책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특히 존 스토트의 글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그보다는 적용 부분에서 조금 더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빌립보서를 설교한 내용을 차분하게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책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빌립보서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자가 빌립보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핵심 주제에 따라 정확하게 분석해 주고 있었는 데다가, 주요 구절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NIV 성경과 헬라어 성경의 차이점을 비교해 가면서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배가 부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이 책은 4장 밖에 안되는 짧은 서신을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으로 가득한 보물창고처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빌립보서의 전체적인 주제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것으로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각 장의 제목이 '복음을 최우선시하라, 예수님의 죽음을 삶의 기준으로 삼으라, 훌륭한 믿음의 지도자들을 본받으라, 그리스도인다운 행함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야 할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의'라는 한글 제목은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든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의 제목들이 대부분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마땅한 제목을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거나 이 책은 '그리스도인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다시 말해 '제자로서 마땅히 살아내야 할 삶이란 어떤 삶인가'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복음의 교제'를 '복음 안에서의 동역'이라는 의미로 풀어낸 것은 참으로 탁월한 이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최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강조는 가슴을 뛸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머리로만 아는 복음'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에 대해 강조하고 있었는데, 알미니안주의자들인 웨슬레 형제를 복음을 최우선시하였던 인물 중의 하나로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개혁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저자가 알미니안주의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믿음의 지체로 인정했을 뿐 아니라 위대한 신앙인으로 소개한 것은, 저자가 교리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교리보다 복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는 분명한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가 빌 2:12-13을 설명하면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에 관해 설명해 놓은 내용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설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기의 부흥회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사생아 증가)에 대한 소개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는데, 하나님으로부터 오지 않은 열심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분명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믿음을 행위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천국을 예비하는 것이 기독교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강조한 내용들도 마음에 깊은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실 이런 주변적인 내용들보다는 각 장의 소제목과 관련된 내용들이 더 중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여기서 소개해 버리면 이 책을 읽어 보지도 않고 '아, 그런 내용이었군'하고 그 내용을 지레짐작해 버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앞으로 빌립보서를 설교하게 된다면 저자가 구분해 놓은 문맥(각 장의 소제목들이 바로 이 문맥에 따라 분류되어 붙여져 있습니다)을 따라 설교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저자의 본문 분석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앞으로 빌립보서를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나, 본문을 제대로 강해해 놓은 설교집을 읽어 보고 싶은 성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