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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브레이커 - 거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경제를 흔드는가
류샤 지음, 허유영 옮김, 김태동 감수 / 두리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서킷브레이커 - 영어의 첫 글자를 따서 'CB'라고도 한다. 전기 회로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과열된 회로를 차단하는 장치를 말하듯,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로 '주식거래 중단제도'라고도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이 책은 1636년에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 열품으로부터 시작해서 2008년에 일어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15개의 투기 사건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투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라는 한국어 제목은 아마도 이 책이 투기과열에 대한 적절한 차단장치 역할을 감당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알게 된 사실은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는 것과, '거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거품에 뛰어드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며, '탐욕'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거품 역시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품을 통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언제나 거품 초기에 뛰어든 사람들이라는 것과 실물자산을 대거 소유하고 있는 부자들이나 부실 기업에 관한 정보를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고위 관리들은 거품이 꺼지더라도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자들의 경우는 거품이 터지더라도 실물자산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며, 고위관리들의 경우는 거품이 터기지 전에 미리 알고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투기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자 한다면 초기에 뛰어 들어야만 하고, 또한 거품이 터지기 전에 발을 빼야 합니다. 그런데, 거품이 터질 시점을 알 수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적당히 만족하고 발을 빼지 않는 한 거품이 터질 때 함께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적당히 만족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거품에 발을 담근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품이 터질 때까지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가 결국에는 파멸에 이르고 맙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바보짓이 역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결코 사라지 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0년 동안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경제 활황기 뒤에는 언제나 심각한 침체기가 찾아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빠른 성장은 반드시 문제를 가져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빠르고 급격한 성장보다는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가능한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개방조건이 성숙하지 못하고 임기응변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시아 각국이 너무 일찍 국제금융체제에 가입해 자국의 금융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통해 시장자유화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15개의 투기 사건에 대한 저자의 소개 후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김태동 교수의 글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덮쳐왔던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를 각각의 정권별로 구분해서 소개해주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김교수가 보수적인 성향의 학자인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자세히 읽어 보니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아예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김교수는 선성장 후분배를 구호처럼 외치면서 끊임없이 거품을 일으켜서 이익을 얻으려는 거품 세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재벌이 있음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읽으면서 수출에만 매달리는 경제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수출에 목을 맨 재벌의 이익을 늘려주기 위해 취한 정부당국의 조치들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부담으로 돌아오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해 준 15개의 투기 사례와 비교할 때 김교수의 글이 지나치게 무겁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 이 책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챕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의 글을 통해 이 나라의 경제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변에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도 한 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분들이 꼭 읽어 보셨으면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세계에 발을 담근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얻은 소득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거품 같은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투기의 위험성에 눈을 뜨게 되기를, 그래서 이 나라가 앞으로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과 같은 끔찍한 일들을 절대로 겪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