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고 성도를 살리는 설교자
스티븐 스미스 지음, 김대혁 옮김 / 베다니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성경번역선교사가 되고 싶어 신학대학에 갔지만 막상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에는 진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성경번역선교사가 제 길이 아닌 것처럼 보였고,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 역시 기쁨이라기보다는 고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목사와 설교'라는 책을 읽으며 설교라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고, 그 깨달음으로 인해 평생을 설교자로 살아가기로 결단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김남준 목사님의 '설교자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는 책 역시 그러한 결단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는 그런 종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거의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을 통해 그러한 도움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설교학 교수님들의 추천사들이 눈길을 끌었을 뿐 아니라, 주제 자체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을 목회자의 설교 사역에 적용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의미는 '온전한 설교, 탁월한 설교를 위해 설교(또는 설교준비)에 따르는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바울 사도가 말하고 있는 '사역에 따르는 고통'이 '설교자의 설교 사역에 따르는 고통'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바울 사도가 이 고통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바울 사도의 서신을 통해 상세하게 분석해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을 근거로 '강단은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설교자가 죽어야 할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이렇게 되기 위해서 '설교자는 반드시 본문이 이끄는 설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설교가 성경본문의 내용과 구조, 그리고 기운(spirit)이 사람들을 이끌어 말씀 속의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방식,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방식이야말로 본문을 이끄는 설교로 이해되는 강해설교라고 하였습니다.

또 저자는 지겨운 설교는 기독교 설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지루한 설교는 결코 성경에 충실한 설교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설교자가 강단에서 감당해야 할 고통은 두 가지라 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것이고, 그 두 번째는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설교자는 '본문이 소개하고 있는 그리스도(또는 그분의 구속사역과 연결되는 내용)을 설교하기 위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또한 '사람들이 그 본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뇌 성향의 설교자와 좌뇌 성향의 설교자가 각각 다른 성향으로 인해 이 일에 있어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감당해야만 하는 고통이며 회피해서는 안 되는 고통임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통을 통해 본문과 청중, 둘 다에게 복종하는 설교가 가능해 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교를 하기 위해 저자는 설교에 있어서 가르치고, 묘사하고, 설득하는 세 가지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 영역 중에서 가르치는 것과 설득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로 생각해 왔지만, 묘사하는 것은 소홀하게 대해 왔습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해 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언어를 다듬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 먹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제대로 갖추어져야 엘로컨트한 설교(효과적으로 설득하는 탁월한 설교)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자의 지적을 통해 제가 회피해 왔던 설교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또 그러한 회피로 인해 제 설교가 탁월한 설교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자가 소개해 준 조나단 에드워즈에 관한 이야기는 제게 커다란 도전이 되었습니다. 저자의 소개에 따르면 조나단 에드워즈는 사역 초반에는 원고를 써서 들고 그대로 읽는 스타일의 설교를 했지만, 사역 후반에는 원고를 보지 않고 설교하는 스타일의 설교를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 증거로 예일 대학의 문헌보관실에 보관되어 있는 진노한 하나님의 손 안에 이쓴 죄인들의 실제 원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저자는 이 스물 네 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은 설교 쪽지의 뒷면에 이 원고의 전체를 요약한 두 쪽 분량의 개요가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조나단 에드워즈가 휫필드의 설교에서 영향을 받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원고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설교하는 설교자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위대한 설교자가 자신의 설교를 개선하기 겸손히 노력했던 것을 본받아 설교 전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평소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는데,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핑계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설교를 더 잘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저 '자신의 설교 실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위대한 노력'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탁월한 설교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많이 소홀하고 게을렀던 제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너리즘에 뻐진 설교자들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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