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먹을 꼭 써야 할까? - 십대를 위한 폭력의 심리학 ㅣ 사계절 지식소설 3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9월
평점 :
처음에 표지를 보고서는 혹시 만화가 아닐까 싶었었는데, 막상 표지를 넘겨보니 소설이더군요. 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삽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만화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표지에 낚였다!' 싶었던 마음이 금세 풀어지고 말았습니다. 재미로 말하면 '완득이' 수준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완득이' 생각이 나서 항상 그 책을 중심으로 '그 수준이다, 그 아래다'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 책도 그랬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박종훈'이라는 중학교 3학년짜리 일진들의 짱입니다. 새학기가 되어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튀어 볼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비닐 가방을 가지고 등교를 하다가 태견을 가르치는 방과후 교사에게 가방을 빼앗기고 맙니다.가방을 찾으려면 태견 도장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찾아간 종훈은 사범으로부터 한달 동안 일주일에 하나씩 숙제를 내 줄 터인데 그것을 잘 해 오면 가방을 돌려주고 더 이상 종훈에게 간섭하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종훈은 사범이 내주는 다양한 숙제를 해 나가면서 자신의 문제와 직면하게 되고, 결국에는 일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범이 종훈에게 내 준 숙제는 '왜 아이들이 폭력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지 알아오기', '[우상의 눈물]을 읽고 독후감 쓰고 토론하기',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을 읽고 독후감 쓰고 토론하기',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독후감 쓰기'등이었습니다. 종훈은 사범의 요구에 따라 이런 책들을 읽고 사범에게 지도를 받던 수경이라는 여학생과 함께 독서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그 과정을 지켜 보면서 저 역시 그 책들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들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책들 중에서 [우상의 눈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책이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를 봐서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머지 두 권은 오래 전에 읽기는 했지만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바 없는 책들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범이 종훈을 비롯해 여러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설명해 준 '폭력에 대한 정의'나 '테러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유익한 설명이었고, '케이시 헤인스' 동영상에 대한 사범의 견해라던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관한 설명 역시 대단히 유익한 설명이었습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클라라 하스킬'이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정말 대단한 수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꼭 한 번 이 분에 대한 책이나 연주음반을 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범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만으로도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더군요. 그리고 매 장의 마지막에 수록해 놓은 '생각의 징검다리'라는 항목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심리이론'에 근거한 설명들도 무척이나 유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항목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나 교사들이 꼭 알아 두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아무래도 '서열화의 폭력성'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진들이 싸움 실력에 따라 서열화를 추구하는 것이나, 모범생들이 성적에 따라 서열화를 추구하는 것이나, 결과적으로 다 같은 폭력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또한 '폭력을 방관하는 것 역시 범죄다'라는 지적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내용을 읽는 동안 과거 '오스 기니스의 고통 앞에 서다'라는 책에서 배웠던 '결코 고통받는 자들에 대해 방관자가 되지 말라'는 교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유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잘 몰랐던 일진들의 세계, 특히 여자 일진들의 세계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청소년 수련회에 참석했을 때 "죽고 싶은 마음 가지고 있는 사람 다 앞으로 나와"라는 강사의 말에 우루루 몰려 나가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아이들을 위해 뭔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때의 결심이 생각났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상기시켜 준 고마운 책입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님들과 교사분들도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자가 이전에 쓴 두 권의 책도 여러 차례 여러 단체에서 '권장도서, 우수도서, 추천도서'에 선정되었더군요. 그 책들도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천합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