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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 날 ㅣ 투모로우 Tomorrow 1
존 마스든 지음, 최소영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호주 최고의 작가가 쓴 최고의 청소년 소설'이라는 명성 때문에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더군요. 저는 이 책이 인기있는 청소년 소설인만큼 내용 전개 속도가 상당히 빠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지루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반 문학소설을 읽는 만큼이나 진도가 천천히 나가더군요. 흡입력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구요. 그리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만큼 남자 주인공이 내용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이 여자였을 뿐 아니라 그 주인공의 시점에서 모든 일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설명해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저로서는 그 주인공이 보여주는 감정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쩌면 제가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 소설의 작가(존 마스든.1905.9.27~)가 이제 예순에 접어든 남성 작가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정서가 사실과 얼마나 부합할까?"라는 의구심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주인공인 청소년들의 신체적인 접촉에 대한 묘사도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부분이 나올 때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나 초등학생인 딸에게 보여주기에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의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장년 독자들이 청소년 시기에 느꼈던 일탈과 변화에 대한 열망들을 가슴 속에서 다시 들추어 보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남북이 서로 분단되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야말로 저자가 상상했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청소년기를 지나며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마음 속에 상상해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내용 가운데 마음이 와 닿는 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이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내용이 전혀 뜽금없는 이야기처럼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 책에 기록된 내용들이 우리 자신이나 우리 자녀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친구 중 하나인 호머라는 친구는 그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지혜롭게 느껴지는 결정을 내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고려해야 할 만한 것들을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단순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몇 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고 마을 외곽에 있는 산골짜기에 며칠 일정으로 캠핑을 다녀온 사이에 외국 군대에 의해 마을(사실은 나라 전체라고 해야 맞겠지요)이 점령당합니다. 그리고 마을을 점령한 이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 장소에 구금해 버립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여행을 갔던 그 외진 장소에 아지트를 꾸미고 마을의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무엇보다 살아남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에 농작물을 가꾸고 가축을 키우는 일도 시작하는데, 이 뿐 아니라 그 외국 군대를 물리치고 가족들을 구출해 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전쟁을 배경으로한 하이틴 로맨스 같다고 말을 했지만, 그래도 전쟁 소설인만큼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적지 않았습니다. 쫓아오는 수색대를 물리치기 위해 잔디깎는 기계를 폭발시켰던 것이나, 부상당한 리를 마을에서 피신시키기 위해 구출 작전을 벌인 것이나, 유조차를 다리 밑에 끌어다 놓고 소떼를 풀어 감시병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폭파한 것 같은 장면은 아마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서도 가장 볼만한 장면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곱 권이나 되는 시리즈라니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1권의 내용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시리즈가 최고의 청소년 소설이라 불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고, 그 이유는 아마도 계속 이어지는 책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면 이 책에 대한 관심도 더 늘어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좀 더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아이들과 함께 보고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작가가 묘사한 주인공의 내면 심리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응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래 저래 다른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