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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축복입니다
숀 스티븐슨 지음, 박나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닉 부이치치의 '허그'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 준 책입니다. '골성형부전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태어나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나을 거라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어야했던 저자가 세상을 향해 이처럼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릅니다. 툭하면 뼈가 부러져 버리는 고통 가운데에서, 사는 것보다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그 생각을 실제로 옮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삶이었음에도, 그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향해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큰 용기를 얻게 됩니다. 뼈만 잘 부러졌던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의 키가 90센티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단신입니다. 외모로만 보면 내 놓을 만한 조건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이라면 그 누구라 해도 별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조건들을 고려해 볼 때 닉 부이치치도 그랬었지만, 이 책의 저자인 숀 역시 좋은 부모님들의 격려 속에서 자라난 덕분에 현재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말고도 그 외의 수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격려가 그에게 큰 힘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다양한 만남 가운데 소개받은 한 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체질을 바꾸게 되면서 더 이상 뼈가 부르지지 않게 되었던 것도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살아 있기만 하면 언젠가는 내가 처해 있는 상황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뼈가 그렇게 단단해 질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해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처럼 자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일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저자의 경험은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초고도근시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 왔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상이 바뀌었더군요. 라식 수술이 등장하더니 라섹 수술을 거쳐 아예 눈 안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까지 등장하더군요. 바로 그 수술을 통해 -24 디옵터에 이르던 제 시력이 이제는 나안으로 0.5 의 시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난시 교정을 위한 안경을 쓰면 시력이 0.8까지 올라갑니다. 어렸을 때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발전의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좋은 일이 이르기까지 살아 있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가 참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여섯 가지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갈 것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라. 자신의 신체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자신있는 것에 집중하라.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피하지 말라. 좋은 친구들을 사귀라.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라'는 여섯 가지의 태도가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였는데, 한 쳅터 한 쳅터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소개되고 있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쳅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쳅터의 내용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소개해 주고 있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보다도 더 감동적인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저자의 매끄러운 글솜씨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글이 너무 매끄럽다 보니 그 속에서 어떤 순수함보다는 조금은 닳고 닳은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평생을 허비하고 있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조건의 저자가 그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외모나 집안, 그 외 여러 가지 조건들로 인해 실망하고 낙담해 있는 분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가 카톨릭 교인이라고 하지만 종교에 관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이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