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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ㅣ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저자가 교장으로 섬겼던 거창고등학교에 대한 좋은 소문을 많이 들었던 터라 주저없이 선택했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가는 동안 교육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학교라는 것이 원래 국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으로써 국가가 필요로 하는 관리를 키워내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교육은 언제나 국가에 의해 통제되어 왔으며, 오직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학문(주로 이공계)만을 중시해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학교는 '국가'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재'라고 하는 것은 엘리트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지적에 이어 이러한 흐름이 결코 바르지 않은 것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학생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느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학교교육이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평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저자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 한 가지를 옮겨 보고자 합니다. "어떤 부모도 자녀들끼리 싸울 때 '그래 그래 잘한다, 싸워라 싸워, 사회는 냉혹하다. 이기는 놈만 살아남는다. 자꾸 싸워 힘을 길러야지' 하면서 싸움을 독려하지 않는다. 어떤 교사도 학생들이 싸우면 뜯어 말리지, 세상은 경쟁이니까 열심히 싸워서 이기는 연습을 하라고 부채질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왜 교육의 목표가 싸움을 말리는 일이라는 생각은 못하는 걸까."
저자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평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는 '평등, 자유, 공존'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데, 이러한 인간 존중은 평화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르다고 죽고 죽이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재능, 소질, 관심에 따른 다양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에 따라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살 권리가 있는데, 이는 천부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을 최대화했을 때 국력도 극대화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의 통제에 의해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교육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교육을 위해 국가의 교육정책은 '평등과 자율', 곧 '분권과 자치'의 원칙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교육과 학교행정(교육부)과 학교평가(국가)가 서로 수평적 관계 가운데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평가(시험)는 학교를 통제하고 상벌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조언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컨설팅과 같은 목적을 위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은 법이 아니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화를 위한 학교교육은 스파르타식보다는 소크라테스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은 고정 관념을 낳고, 고정 관념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죽이고 남도 죽인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는 자율적인 학생활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율만이 윤리적, 인격적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결정권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판단,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교사로서의 바른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내용은 제 마음에 특별히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었던 것은 "사상, 신앙을 주입하지 말아야 한다. 편애하면 안 된다. 끊임없이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교사로서 받는 월급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목회자인 저로서도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경쟁하기를 중단한다고 쳐도, 사회에 나가서 뒤쳐지는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이며, 국가 간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가 겪어야 했던 교육적 통제'도 결국 '우리나라가 국가경쟁에서 뒤쳐진 결과'였다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절대로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각자의 재능과 소질, 관심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 주기만 한다면 굳이 경쟁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어 주는 데에 부족함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없이 발전이 가능할까 하는 염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더군요.
또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거창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의)샛별중학교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들과 그러한 사건들에 관련하여 내려진 중요한 결정들을 보면서 학교가 어떠해야 하며, 학교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꿋꿋하게 견지할 수 있었던 분들의 이야기라면 믿음을 가지고 따라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거창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을 통해 이 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면 저자의 생각이 옳았는지 아니면 틀렸는지가 분명하게 밝혀지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자와 같은 교육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많은 교사들을 지지하며 응원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자가 주장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은 정확히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직 그것이 목표로 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저는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