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짜리 설득 - 설득의 고수들만 알고 있는 고급 설득술 27가지
크리스 세인트 힐레어 지음, 황혜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 강요하기보다는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를 둘러 보면 설득보다는 강요가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정, 학교, 회사는 물론이고, 교회에서조차도 설득보다는 강요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지도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은 한국의 가부장적이면서 군대의 상명하달식 권위주의에 익숙한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결과에 있어서도 강요는 매우 효과적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강요라는 방식은 오직 자신의 아랫 사람들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방식이며, 사람의 마음(동기)은 완전히 무시하고 행동의 변화만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비효과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설득이라는 방식에 익숙해 지는 것은 어떤 조직의 지도자에게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어 보고자 했던 이유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매 주일 강단에 이루어지는 '설교'라는 행위 역시 '설득'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설교를 통해 성도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몇 가지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설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 도중에 설교의 초점을 잃어버리고 옆길로 자주 새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서 한 가지라도 종아할 점을 찾아라'라는 저자의 조언 역시 '성도들을 사랑하지 않는 설교자의 설교는 어떤 성도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언어를 소유하라'라는 조언이나, '감성적 언어를 사용하라'는 조언은 교회의 방향성을 성도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구호들을 만드는 데에나, 설교문을 작성하는 데에 있어서도 유용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영역이 정치(선거), 경제(광고), 법률(배심원 컨설팅) 분야다 보니 설교와 저자의 조언을 연결시키는 것은 오로지 저 자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은 더 읽어 보아야 실제적인 도움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회에서 장로님들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교회 건축과 같은 중요한 프로젝트에 있어서 성도들을 설득하거나 할 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만약 저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탁월한 설득 기술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O.J.심슨의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사용한 논리를 통해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들은 범죄에 사용된 장갑이 O.J.심슨의 손에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배심원단을 설득시켰다더군요.) 한편으로는 그러한 언변에 쉽게 마음을 바꾸는 대중들의 어리석음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러한 대중들을 설득시켜 진실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만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설득에 관한 기술을 소유하는 것은 자신의 진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특히 가정, 학교, 회사를 비롯한 어떤 조직이나 기관의 리더로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스스로 설득의 기술을 배우기 원한다면 더욱 그렇거니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설득에 관한 전문가들이 얼마나 자신의 직무에 도움이 될지 궁금한 분들, 그리고 심지어는 그러한 사실에 대해 완전히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까지도 이 책은 참으로 유용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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