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꾼 책, 로마서
김철해 지음 / 두란노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로마서'라고 하면 무척이나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해서 읽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 건방진 말일지 몰라도 로마서 역시 그저 신앙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편지'에 불과합니다. 저로서는 사람들이 로마서를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 데에는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로마서를 쉽게 풀어 놓은 책들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로마서의 중요한 교리적 개념들을 내용 전개순서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을 풀어가는 솜씨가 필립 얀시나 맥스 루케이도 같은 글쟁이와 같이 매끄럽거나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적절한 비유와 해석을 통해 로마서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몇 가지 비유가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는데, 상당히 적절하고도 유용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사건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적용되는 방식에 대해 결혼 비유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었던 점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엵심히 수고하고 애써서 좋은 집도 사고 온갖 패물도 마련하여 10년이 지난 후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 집과 패물은 비록 10년 전에 구한 것이지만 이제 그 여자의 소유가 되어 모든 것을 함께 누리게 된다. 그 좋은 집과 갖가지 패물을 살 때 그 여자는 돈 한 푼 보태지 않았지만, 이제 자기 집이요, 자기 패물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한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일어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으면, 2천 년 전에 일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장사 지낸 사건, 무덤에서 부활한 사건 등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사건이 우리의 사건이 되는 것이다(78-79쪽)." 제 자신도 이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적절한 설명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쉽고도 정확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신자들이 얻은 의에 대해 외교관의 면책특권 비유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었던 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신자들이 생명의 성령의 법 아래 있을 때 그들의 행위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들은 모든 율법의 정죄에서 면책받는다. 주 안에서 우리는 죄와 아무 상관이 없어진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이 더 이상 구속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한 나라의 외교관이 그 나라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에 대사로 나가 있을 때 그에게는 자국법이 적용되고 주재하는 나라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즉 치외법권과 같은 원리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살지만 세상에 속해 살지 않고 그리스도의 대사로서 치외법권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치외법권에도 불구하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을 함부로 범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국의 명예를 위해 모든 일에 조심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의 법과 율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율법보다 더 완전하고 더 높은 생명의 법, 성령의 법을 따라 살아가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114쪽)." 면책특권이라는 말을 치외법권이라는 말로 바꾸어 잘못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뜻은 분명하고 비유도 적절하게 생각되더군요. 이 또한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바울 사도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복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복음에 부끄러워할 만한 요소도 있었기 때문이라(22-23쪽)'는 지적이나,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행위보다는 행동하는 자의 마음 자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46쪽)'는 지적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과 본체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상태가 바로 죄다. 하나님 없는 마음의 공백을 온갖 죄를 지어 채우려는 것이 죄의 증상들이 나나나는 근본이유이다. 그러므로 죄를 안 짓는 최선의 방법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채우고, 또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돌리며 사는 것이다(34쪽)."라는 설명을 통해 죄와 죄의 증상들을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사랍답게, "영으로서 몸의 행실을 죽이면서"살아야 한다. 어떻게 이런 승리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우리 속에 계신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신 성령님은 또한 우리가 그런 삶을 사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공급해 주신다(116쪽).. 하나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승리하는 신앙생활으 비결이다. 죄를 지었을 때는 언제든지 죄를 고백하고 다시 내 속에 거하시는 성령님이 나를 주관하시도록 해야 한다. 죄를 고백하여 내뿜고 성령 충만을 간구하는 영혼의 호흡 운동을 계속함으로써 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117쪽).."는 설명을 통해서는 죄로부터 승리하는 방법에 대한 더 구체적인 교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이 죄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성령님을 충만히 모심으로써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로마서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해된 내용을 삶에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 성도들이 읽기에 무난하면서도 유익이 될 만한 로마서 개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심도 깊은 내용을 원하는 목회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성도들을 가르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목회자들에게도 유익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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