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예수
칼릴 지브란 지음 / 프리윌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시집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아주 독특한 장르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예수님을 곁에서 지켜 본 수많은 사람들(일부는 실존인물이지만 일부는 가상인물)의 가상고백을 모아 놓은 책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설명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가상의 고백들이 얼마나 실감나게 쓰여졌는지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던 이들의 고백에서는 예수님의 사랑스러움이, 예수님을 적대시하던 이들의 고백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백들을 읽는 동안 예수님을 이전보다 더 친근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예수님의 말씀도 복음서의 말씀과 완벽하게 일치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복음서에 근거를 두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상상과 창작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의 예수님의 모습을 찾아 보려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사람들과 함께 계셨던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이전보다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그분의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을 깊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경험은 아무래도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예수님의 모습에 대해 묘사해 놓은 내용을 보면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고, 또 저자가 어떤 상황에 대해 묘사해 놓은 내용을 읽으면 머릿 속으로 그 상황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특히 예수님이 잡혀 가셨을 때의 마리아의 모습에 대한 묘사(56쪽)는 마리아의 의연한 태도 속에 감추어진 깊은 슬픔을 잘 드러내 주고 있으며, 예수님의 설교에 대한 어떤 사람의 언급에 대한 묘사(74쪽)는 예수님의 설교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해 줍니다. 이 외의 여러 부분에서도 비슷한 감동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엄격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별로 권해 드리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실제 모습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해보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도움을, 그리고 예수님을 더 친근하고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줄 것입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의 앞 부분에서 오타 몇 곳이 발견되지만 뒤로 가면서는 오타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혹시 오타로 인해 생긴 선입견 때문에 일찍 책을 덮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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