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언자, 나에게 말을 걸다 - 두란노 30주년 문학상 공모 우수 당선작
기민석 지음 / 두란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수요예배 시간과 새벽예배 시간에 예언서를 본문으로 설교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책입니다. 두란노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과연 얼마나 괜찮은 수준의 책인가 라는 궁금증도 없지 않았습니다. 읽어 가면서 그렇게 뛰어난 글솜씨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님들 특유의 지루하고 딱딱한 글도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없거나 건조한 스타일도 아닌, 평균적인 수준의 무난한 글솜씨라 느꼈습니다.
그러나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또한 그들에게 있어서 예언이란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예언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상당히 넓혀 주었습니다. 특히 유대인들이 생각했던 '예언'이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예언'과는 달리 '율법에 대한 조명'을 의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대인들의 구약성경 분류 방식과 연결해서 설명해 주었던 부분이 유익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예언자들의 모습과 오늘날의 무속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한 비교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언자들과 예언의 의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뒤에는 성경의 예언서를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개관해 주고 있었는데, 자잘한 가지들은 쳐내고 굵은 줄기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전체적인 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학개, 스가랴, 다니엘의 순서로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특별히 주목할만했던 것은 이사야서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이러한 구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록 시기가 아니라 예언의 대상이 되는 시기를 근거로 분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각각의 예언서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그 예언을 선포한 예언자들의 특징과 함께 잘 설명해 주고 있었던 점도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포로기 이후에 예언자들 사이에도 두 가지 흐름이 있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전을 중심으로 해서 제사를 중시하고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지지하던 사람들(학개, 스가랴, 에스라, 느헤미야 등)과 성전보다는 거룩한 삶을 중시하고 이방인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지지하던 사람들(이사야)이라는 서로 상반된 입장이 성경 안에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비슷한 예로 신명기적 역사관과 역대기적 역사관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들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처럼 성경이 우리에게 두 가지 목소리 모두를 들려 주고 있는 것은, 역사의 발전 속에서 벌어진 어떠한 사건이나 어떤 이념적 행위도 '옳다' 혹은 '옳지 않다'로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일원적 세계가 아닌 다원적 세계를 복합적으로 제시하여, 어느 특정 이념이나 신학만을 특권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저자의 이러한 설명이 성경 이해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에게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이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몸담고 있던 대학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도 어쩌면 저자의 이러한(어느 한 쪽 편을 들기보다는 균형을 잡으려 하는)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강의 실력도 다른 교수들에 비해 뒤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학생들도 원하고 총회에서도 재임용을 권하고 있는 실력있는 교수를 왜 학교에서 거부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대학에는 구약 교수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니 정치적인 측면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더군요. 저로서는 이 책과 함께 저자의 어려운 사정이 널리 알려져 그 문제가 잘 해결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막연히 어렵다거나 두렵다는 마음 때문에 예언서를 회피해 온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예언서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언서의 큰 줄기를 잡는데 상당히 유용하고도 유익한 책입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