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신을 흔들다 - SHAKESPERE SHAKES PERE
오순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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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기에 집어든 책인데도, 이 책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원작의 내용을 흐릿한 파란색으로 인쇄하는 바람에 색약이 있는 저로서는 읽는 데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을 하나도 모르겠다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저자의 논리가 참으로 논리적인가 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고, 또한 저자의 글투가 자신의 지식을 현란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과시하는 듯한 스타일이어서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입니다.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숨겨진 의미를 설명해 놓은 것은 그럴 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베이컨이 말하는 '우상'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내용을 설명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내용을 더 어렵게 꼬아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철학자가 말한 개념을 가지고 풀어 가려다 보니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다른 문학 작품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 역시 내용을 더 복잡하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중세의 우상(잘못된 사고)들을 비꼬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우상이 제대로 파괴되었을 때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베니스의 상인 처럼), 그 우상이 제대로 파괴되지 않고 잔존할 때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역시 비극으로 끝나게 되더라(햄릿 처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선'으로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대충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설명이 그럴 듯하게 맞아 떨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숙고해 볼만한 가치는 많은 부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논리가 떨어지는 분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에, 저자의 논리를 따라잡기에 저 자신이 많이 부족해서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천재들은 과정을 뛰어넘어 결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논리적 비약에 익숙하다는데, 그런 점에서 저자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저에게 있어서는 저자의 설명이 명쾌하거나, 친절하거나,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좋은 점수를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저자에게는 미안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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