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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여러 권의 심리학에 대한 책들과 내적치유에 대한 책들을 읽고 또 다양한 상담 강의를 들어오면서 배웠던 내용들이 총제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별히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른이 된 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례들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 인사들의 삶을 근거로 제시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잘 극복해내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삶도 보여줌으로써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른이 된 후의 삶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예들을 소개함으로써 부모나 기타 가까운 인물들에 의해 학대나 기타 다른 상처들을 받으면서 자랐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이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자랐다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부모가 아닌 다른 인물들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대체 경험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만남을 통한 대체 경험과 또 아이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회복력의 조화가 그 아이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으로부터 그 아이를 건져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대체 경험 없이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에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과거를 받아들이기, 새로운 이야기하기, 과거의 신념체계로부터 거리를 두기, 내면의 어린 아이 달래기, 용서하기 등의 실천을 통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아나서 긍정적인 태도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이 모든 내용은 상담학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개념들인데, 아마 심리학이나 상담학에 관한 책을 처음 읽어 보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생소한 개념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기억이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가 하는 것이나, 자신의 내면에 어릴 때의 상처받은 자아가 그대로 남아서 부정적인 신념체계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아쉬웠던 것은 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릇이 너무나 부실하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추천사에서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오타와 탈자는 거의 매 장에 걸쳐 한 두 개씩 발견되더군요. 게다가 문장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일반적인 판형보다 가로 길이가 짧은 판형은 글을 읽는 내내 답답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유명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실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그나마 그 실례에 대한 설명이라도 충분했다면 괜찮았을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136쪽에 기록된 예에는 아무런 설명도 뒤따르지 않는데, 마치 편집하다가 뒷 부분을 실수로 잘라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독일에서 30만부나 팔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원서의 문장이 매끄럽지 않았다기 보다는 번역과 편집의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고 맛도 잘 느껴지지 않는 음식 같다고 해야 할까요. 권하고 싶은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대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차라리 그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만약 출판사에서 2쇄를 찍게 된다면 차라리 재편집(판형도 새로 짜고 문장도 다시 다듬는)을 해서 개정판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별 여섯개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평점을 주고 싶은 이 책의 내용이 제대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