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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리처드 포스터 지음, 정성묵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리처드 포스터의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였습니다. 학교 앞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 있어 집어들었는데, 바로 리처드 포스터의 '돈, 섹스, 권력'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장 넘어지기 쉬운 영역에 대해 다룬 내용이었는데, 신앙의 초보 단계에 있던 저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리처드 포스터의 책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많은 영성작가들의 책이 번역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몇 권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왜 그리 건조하게 느껴지는지 중간 정도 읽다가 내던져 둔 책이 여러 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헨리 나우웬의 책을 만났는데, 그제야 영성작가들의 책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리처드 포스터의 책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헨리 나누웬의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경은 그저 정보를 얻거나 문제해결방법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알고, 또한 하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 공부하는 책이라고 주장합니다(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공부' 외에도 다양한 방법, 특히 '렉티오 디비나'에 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성경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단적으로 말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인간의 삶에 관한 책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이 '함께하는 삶'을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다음의 이 말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인간과 함께 하신다는 내용이 질릴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경을 통해 얻어야 할 궁극적인 유익은 성경 속에 소개되어 있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던 그 사람들과 동일한 체험 속에 살아가는 것이라는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삶을 저자는 임마누엘 삶, 곧 이 책의 제목인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성경을 읽을 때 항상 이와 같은 목적을 항상 의식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다양한 영적 훈련이 도움이 된다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영적 훈련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절반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이 책은 '렉티오 디비나'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오직 '렉티오 디비나'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렉티오 디비나'와 영적 훈련에 대한 개관을, 그리고 2부에서는 '렉티오 디비나'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을, 그리고 3부에서는 영적 훈련에 관한 심도 깊은 설명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영적 훈련에 대한 설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으며,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적인 내용도 이에 대한 설명 속에서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적 훈련이란 우리가 직접적인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 받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영적 훈련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영적 훈련 자체가 의로운 행동은 아니다. 영적 훈련의 유일한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서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으로서 영적 훈련의 이용 가치는 사라진다.. 이후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여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선함을 열매로 맺어준다(36-37쪽)."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뒤에서도 다시 한 번 반복됩니다. "훈련된 은혜의 길을 걷는 행동 자체가 변화를 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를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준다. 그 후 하나님이 우리의 내적 존재를 강하게 해 주실 때 비로소 크리스천 삶의 거룩한 습관이 우리 안에서 형성된다(193-194쪽).." 이에 대한 저자의 부연 설명을 정리하면, '영적 훈련은 우리를 하나님의 임재로 이끌고, 하나님의 임재 체험은 내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내적인 변화에서 그리스도의 인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표현 가운데 '성경 숭배', '성서주의'라는 표현은 예수님 당시의 율법주의적인 바리새인들과 오늘날의 율법주의적 그리스도인들을 묘사하는 데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겸손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 것에 대해 멸시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경건의 시간의 가치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렉티오 디비나'의 가치는 더더욱 알지 못합니다. 하나님을 성경 속에 가두어 두고 오직 성경에서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주장합니다. 물론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통로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을 만나는, 그분의 음성을 듣는 통로이기는 하지만, 하나님 자신은 아닙니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통해 '성경 숭배'와 '성서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프로필이요, 하나님의 러브레터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어야 하고 하나님을 찾아나서게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살아계신 하나님을 성경 밖에서, 곧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해야만 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자신의 마음이 녹아야 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얻고자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성경 읽기 방법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렉티오 디비나'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중간 중간 마음 깊이 공감되는 내용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귀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생명력 있는 신앙 생활을 갈망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