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들어 읽은 소설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겨가며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전작인 카시오페아 공주는 또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을 정도록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라는 유명한 광고 멘트처럼 이 책도 "정말 재미있는데,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해야 할 정도라면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줄거리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그렇다고 따라가기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지만) 하나 하나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우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고등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같이 하던 네 명의 남학생과 또 그들과 어울리던 세 명의 여학생들의 학창시절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복잡하게 얽힌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의 죽음에 숨겨진 미스테리가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이야기 중 가장 뼈대가 되는 것은 바로 맨 마지막에 말씀드린 한 사람의 죽음에 숨겨진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조금만 더 소개하자면 기자인 주인공이 유명한 연예인이 된 옛 친구(여자)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가는 가운데, 고등학교 시절의 우정과 사랑에 관해 추억하고, 또 그 때에 가졌던 사랑의 감정들이 어떻게 얽히고 설켜 지금에까지 이르렀는가에 관해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어 가는 동안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와 조금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깊게 배어 있는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제 자신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저보다 겨우 몇 살 아래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장소와 소설 속의 배경이 되고 있는 장소가 거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화 여고와 반포 주공 아파트 상가에 있던 전기구이 마늘 통닭집과 미소의 집이라는 즉석 떡볶이 가게는 반포에 살았던 저로서는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한 장소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 때로 되돌아가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느낌보다는 탄탄한 내용 전개와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관한 궁금증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느끼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용 전개에 있어 억지스러운 데가 전혀 없었고, 어디에서 본 것 같은 통속적인 느낌의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단지 주인공과 관련된 인물들의 직업이 연예계와 관련되어 있다보니 과거에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이 연상되는 몇몇 사건들을 소설 속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통속적인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방송계에 있었던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이 드러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단 한편의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저자에 대해 대중 소설이라는 영역에서 일가를 이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 말고도 많은 전작이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하나씩 찾아서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오게 될 책들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