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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받은 박사들의 3색 대화
정성욱.김인수.김동찬 지음 / (도서출판)이든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세 분의 저자가 함께 저술한 책이라고 해서 어떤 형식일까 궁금했었는데, 좌담회 스타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책이더군요. 주제는 물론 신앙에 관한 것이었는데, 매 장마다 하나의 신앙 주제에 관해 저자분들의 전공을 중심으로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말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대화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은 생명공학 전공자인 김동찬 박사님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독실한 신앙을 가진 생명공학자답게 모든 주제에 대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 원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동찬 박사님의 아버님이자 영문학 전공자인 김인수 장로님은 문학적 입장에서, 또 조직신학 전공자인 정성욱 교수님은 신학적 입장에서 그 주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김동찬 박사님이 소개하는 생리학적인 용어들이 저에게는 많이 생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ATP생성 효소복합체 단백질이라던가, 스케폴드 단백질이라던가 마이코 플라즈마와 같은 이름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용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그리 어렵지 않게 그런 이름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백질이나 원핵 세포 미생물이 생명체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나 기작하는 방식 속에서 신앙 원리와의 유사점을 찾아내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들의 대화를 통해 첫 장인 원죄에 관한 내용에서부터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것이 피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점과 원죄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유전 법칙이 중요한 논제가 된다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원죄라는 단어가 어거스틴에 의해 가장 먼저 사용되었고, 칼빈은 모든 사람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대표성의 원리 또는 법적 전가설에 의해 설명했지만, 어거스틴은 죄인이 죄인을 낳는다는 원죄 유전설을 주장했다는 사실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이코 플라즈마라는 원핵 세포 미생물을 예로 들어 죄의 놀라울만한 침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신경 써가며 고이고이 배양하던 세포가 마이코 플라즈마에 오염되면 미련없이 그 세포와 세포를 배양하던 배양액을 쏟아 버려야 한다는 점과 하나님의 소중한 창조물인 인간들이 죄로 인해 하나님께 버려질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죄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청년기에 교회나 학교 선배들과 더불어 여러 신앙 주제에 관해 토론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더군요. 그 때에 저는 선배들을 통해 교역자가 아닌 일반 성도라고 하더라도 신앙적인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성경을 공부하고 또 신앙 도서를 꾸준히 읽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주제일지라도 자기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신앙적인 견해를 충분히 내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기는 교회의 교역자가 이 책에서 정성욱 교수님이 담당하셨던 것과 같은 역할을 맡아 주기만 한다면, 신앙적인 대화나 토론 모임은 신학적으로도 안전할 뿐 아니라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는 모임이 될 것입니다. 김동찬 박사님이나 김인수 장로님께서 이와 같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또한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모임에 참여함을 통해서 지금까지 다듬어 온 실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이러한 대화 내용을 설교로 재구성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동찬 박사님이 말씀하신 생리학적인 원리를 도입부로 잡고, 정성욱 교수님이 말씀하신 성경 구절을 설교 본문으로 삼은 다음, 그 본문에 대한 교수님의 신학적인 설명을 설교의 중심적인 내용으로 전개하고, 김인수 장로님이 말씀하신 내용들을 예화로 삼아 살을 붙이면 한편의 멋진 설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저의 생각은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설교에 이용하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이 책이 각 장의 주제에 관한 설교를 준비하는 데 있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일 뿐입니다. 아마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생소했던 학문의 영역에서 기독교 신앙과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그 주제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동찬 박사님을 통해서는 생명 원리에 숨겨진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 섭리를 배울 수 있었고,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생명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욱 교수님의 쉽고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신학적 설명에서도 많은 도전을 받을 수 있었고, 김인수 장로님의 문학적인 접근에서 좋은 설교 예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 분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원리와 신앙 원리 간에 있는 놀라운 유사점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많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혀져서 좋았고, 얇게 느껴지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삶과 신앙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