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미덕
톰 라이트 지음, 홍병룡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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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브루스 윌킨슨이 쓴 '하나님이 상 주시는 삶'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땅에서의 삶이 영원한 삶의 일부분이며, 이 땅에서의 삶을 통해 영원한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된 이후로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가면 그리스도와 왕노릇하게 된다는 말씀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또 이와 더불어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는 말씀, 그리고 열 달란트를 남긴 자에게는 열 고을 권세를, 다섯 달란트를 남긴 자에게는 다섯 고을 권세를 주신다는 말씀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을 묵상하면서 이 세상을 떠난 뒤에 우리가 하게 될 일이 바로 그리스도와 더불어 새 하늘과 새 땅을 다스리는 일이며, 그 다스림에 있어서 각 사람마다 담당하게 될 지경의 규모가 바로 이 땅에서 달란트를 어떻게 남겼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며, 그 달란트는 바로 온유함으로 대표되는 그리스도의 성품을 얼마나 소유하였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하는 이유는 바로 온유한 자만이 다스림의 일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온유함이 그 누구보다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다스리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지경을 다스릴 권세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바로 이 땅에 살면서 다스리는 일을 위해 얼마나 적합하게 훈련되어졌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왕노릇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힘써야 할 것은 바로 다스릴 준비, 곧 온유함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온유함이라는 단어가 겸손함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천국에서는 겸손하게 남을 섬기는 자가 큰 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자만이 남을 섬길 수 있고, 또 그 섬김으로써 다스리는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하게 훈련된 자만이 하나님 나라에서 남을 다스리는 일을 맡게 된다는 것 또한 지극히 분명한 사실입니다.

요즘들어 갑자기 톰 라이트라는 이름이 책 읽는 신앙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서 한 번 읽어 보아야지 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손에 쥐게 된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미덕'이라는 이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나 놀랐던 것이, 저자가 위에서 제가 정리했던 그 내용과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정리한 내용이 저자의 학문적인 접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천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맥락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마음에 더 깊이 다가왔던 것 같고, 또한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상당히 컸습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으로 가지고 살아야 할 인생의 목표를 왕같은 제사장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또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미덕(성품)을 훈련하는 것이 바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해야 할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또한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반영하는 존재가 되는 데 필요한 미덕(성품)을 믿음, 소망, 사랑, 그리고 성령의 열매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미덕을 소유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습관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경말씀과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삶의 본보기들, 교회 공동체와 그 안에서 요구되는 여러가지 실천적 사항들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과 그에 따른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이 책의 핵심적인 주제는 '거룩한 습관의 훈련을 통한 성품의 변화야 말로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원받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에게 요구되는 규율을 지켜나간다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구원받은 자로써 하나님 나라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 일에 어울리는 자로 준비되기 위해 미덕(성품)을 다듬어 나간다는 차원에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요구들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요구들에 순종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그 요구들에 순종함으로써 성품 자체가 달라지는 변화의 수준을 바라보며 순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학문적인 접근을 통해 그의 주장이, 그리고 제가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결론이 더욱 더 분명한 근거와 함께 제시되고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은혜와 우리의 책임의 관계에 대해 저자가 내려주고 있는 명쾌한 결론은 제가 전부터 고민해 오던 점을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바로 외국어를 배우듯이 미덕을 훈련하라는 저자의 말을 통해서, 지금까지 답답하게 느껴왔던 그 혼란스러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버릴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요구되는 미덕을 훈련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언어를 배워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방법에 따라 차근 차근 한 단계씩 밟아 가며 그 언어를 습득해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따라 해 보라고 하시고, 나는 따라 하는 그 관계를 통해, 그 은혜와 책임의 관계를 통해, 나는 하나님 나라의 언어를 배워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거의 500 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었고, 학문적인 접근 방식으로 쓰여진 책이었음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에게,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었던 내용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반 신앙인들에게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을지 모르나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목회자들이 반드시 읽어보고 설교에 녹여 넣어 선포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목회자들의 필독서로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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