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철학 - 오스왈드 챔버스의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14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황 스데반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흐름을 잡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죄의 철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존 오웬의 ‘죄 죽이기’라는 책과 마찬가지로 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런 방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 역시 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전제로 깔려 있기는 하지만, 구원받은 이후에도 남아 있는 죄의 습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죄에서 해방된 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거룩을 향해 나아가는데 고려해야 할 만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권면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본다면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동행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들이 무엇이며,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동행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소개해주는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 나름대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이러한 정리가 필요했던 것은 각 장의 내용이 전체적인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눈에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독특한 서술 방식(전체적인 흐름을 꾸준하게 따라가기보다 가끔은 중요한 진리에 대한 설명에 깊이 몰입하는 방식)이 아무래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1장에서 죄의 기원과 성격, 그리고 그 죄 문제를 해결하신 그리스도의 구속의 탁월함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인간의 영혼 가운데 있는 사탄의 능력을 대항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탄을 완전히 멸절시키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이 단지 인간들의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완벽하게 다루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말씀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2장에서는 그와 같은 구속을 받은 성도의 삶은 하나님의 종이 되고자 하는 거룩한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양심이 깨끗케 된 사람들은 죽은 행실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리함으로 주님을 온전히 섬길 수 있게 된다고, 또한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성도들이 누리는 구원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걸어가는 데에 있어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걸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쉬운 길로 가려다가 안일에 빠져서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없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한 생각에 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실체를 추구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실체라는 것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들’을 말하는 것으로써, 일시적인 가치를 지닌 ‘자아의 만족과 관련된 것들’과는 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실체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아실현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직 자기를 위해 살고, 자기를 위해 죽은 것이 바로 자아실현의 본질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5장에서는 하나님의 비전을 붙잡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비전이 주어졌을 때, 그 비전을 받아들이기를 거절하면, 그 사람의 영혼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결국 그에게는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비전은 하나님의 권고, 곧 그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6장에서는 구원받은 성도의 타락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성도가 영적인 안일함에 빠지게 되면 욕망의 포로가 되기 때문에, 영적인 축복을 받았다고 해서 안일함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적인 침체와 자기고집에 빠지지 않으려면 언제나 빛 가운데 머물기를 힘써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7장에서는 구원받은 성도에게 찾아오는 유혹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마귀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혹을 통해 우리를 잘못된 행동으로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중생을 통해 우리 안에 넣으신 생명이 하나님 앞에서 가치 있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죄의 성향을 통해 사탄이 이루려는 모든 목표는 우리를 유혹하여 하나님을 폐위시키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은 유혹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지 못하도록, 그리고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도록 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단의 공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장에서는 양심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사랑, 거룩, 가까우신 분으로 계시될 때 우리의 양심이 죽음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며, 그로부터 자아의식이 생기게 되고, 이 자아의식을 통해 가책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가책을 경험할 때에 그 가책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피해 달아나지 말고, 오히려 그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빛 가운데 나아가서 자신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하나님의 소멸하시는 불 앞에 내어 드림으로써 온전히 태워버려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9장에서는 인류에게 있는 자연적인 덕으로는 아무런 소망도 얻을 수 없음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 저변에 깔려 있는 무신론의 가능성이 죄의 몸을 이룸으로써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죄의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옛 사람을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아 죄의 몸을 멸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거룩하게 된 사람은 죄의 성향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 뿐 아니라, '죄의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유하게 된 사람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룩한 결속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 죄의 몸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건강과 평화와 거룩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책임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육체를 미화하거나, 또는 바리새인들이 자기의에 만족함으로써 얻었던 것과 같은 행복을 추구하지 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한 박해나 두려움에 흔들리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직 영적인 거룩함을 기반으로, 도덕적인 행복을 세워가며, 신체적인 건강으로 자라감으로써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분량에까지 자라가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부분은 우리 인생의 목적인 자신의 권리 주장이나 영적 축복을 누리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물론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항에 나오는 "인생의 제일가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는 중요한 교리에 대해 알지 못하던 바가 아니었지만, 저자의 이러한 정리를 통해서 이 교훈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교리적인 진술로서 접할 때와 실제적인 삶과 연결된 진술로써 접할 때의 이 교훈은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인생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천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덕, 자연적인 덕은 인간에게 남은 영광의 잔재로써,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저자의 지적 또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저자는 자연적인 덕을 아무리 뜯어 고친다고 해도 예수 그리스도의 요구에는 근접할 수 없기 때문에, 내면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덕을 개발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읽었던 저자의 산상수훈 설교집을 읽으면서 발견했던 진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에게는 개선이 아니라 거듭남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대체로 거듭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선을 통해서 하나님의 요구에 부응하려 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무익한 노력일 뿐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거듭남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해 놓고 보니 이 책이 ‘어떻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거룩한 삶의 수준에 이를 것인가’에 관해 쓴 글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씀하고 있는 내용들을 더 깊이 묵상하고 숙지함으로써, 저자가 삶으로 보여주었던 성숙한 신앙인, 진실된 목회자로서의 모습을 닮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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