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강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습니다. 강사라고 하면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지, 이처럼 여러 기업이나 단체에 불려가서 강의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주는 또 다른 종류의 강사가 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민방위 훈련을 받으러 갔을 때 몇 몇 강사들을 통해 이러 저러한 강의를 들은 기억은 있지만, 그들은 직업적인 강사라기보다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전문 지식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온 것이었기에 그들의 강의를 통해 어떤 감동이나 도전을 받아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전공 분야도 아닌 부분에 대해서 깊이 연구함으로써 오히려 그쪽 세계의 전문가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소망을 주고, 도전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한 저자가 자신의 강의 준비 방법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러한 일들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강의 원고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거의 한 권의 책을 쓰는 것과 같은 노력에 방불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러한 준비라면 강사라는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목회자로서 설교를 준비하는 데에 제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목회자들이 매 주마다 설교 원고를 들고 강단에 올라가는 횟수는 강사들의 강연 횟수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매 주일 예배로부터 주일 오후 예배, 수요 저녁 예배, 금요 저녁 예배, 그리고 매일 새벽마다 드리는 예배를 모두 합치면 거의 매주 10여회에 이르는 설교를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 번의 설교를 준비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준비를 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강의를 위해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적어도 지금의 모습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스피치 원고를 거의 다 외워 둔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설교 역시 그러한 수준에 이르도록 준비되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반성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집사님으로부터 음성의 변화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스피치 스타일 때문에 설교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피치 학원에 대해 알아 본 적이 있었는데, 엄청난 수강료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저자의 스피치 강의 역시 만만치 않은 수강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위험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읽는 내내 저자에게 스피치를 꼭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에게 직접 스피치를 배우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음대 출신으로써 음악 부호들을 스피치 원고에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놓은 ‘뮤직 스피치’라는 제목의 챕터는 그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의 원고에 음악 기호를 가지고 각각의 음절을 어떤 길이와 어떤 강세로 말할 것인지 표시해 두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방법은 실제로 시도해 볼만한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어떤 목사님이 설교 원고에 형광펜으로 다양한 표시를 해 놓고 그 표시에 따라 원고를 읽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에는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설교의 질을 높이려면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대로 해 보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로부터 그러한 방법들을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마음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나 콘텐츠를 구성하는 방법은 그러한 직접적인 지도 없이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미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설교 원고를 작성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피치를 준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거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분들에게도 이 방법은 매우 새롭고도 유용한 방법이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스스로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든 스스로 말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든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언변의 소유자가 되리라고 믿어집니다. 물론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조건에 따를 경우에만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조건으로 본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고 안 받고 하는 것은 그 진보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 줄 것입니다. 그러한 진보를 원하는 분이라는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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